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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북새통세상> "믿으라. 그러나 검증하라"


2001년 미국 벨연구소 소속의 물리학자 얀 헨드리크 쇤이 나노 기술을 응용, 분자 크기만 한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 논문 등 마이크로 전자공학과 나노 기술에 관한 논문 17편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실었습니다. 그러나 이듬 해 코넬대의 한 학자가 이 논문을 비롯한 쇤의 세 편의 논문에 실린 그래프의 모양이 거의 흡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쇤, 그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변명을 했습니다. "실수로 엉뚱한 그래프를 (학술지에) 보냈다"고….

그 다음 벌어진 진상파악의 수순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상황 그대로였습니다. 벨연구소는 70여 년 역사 처음으로 외부에 의뢰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조사 결과 논문 17편 중 16편에서 결과 조작 등 부정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쇤의 공동 저자들은 “부정행위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놀라울 만큼 낯익지 않습니까? 지식의 사기꾼, 과학의 사기꾼(시아출판사), 역사의 사기꾼들(중앙M&B). 이 세 권의 책은 황우석 교수 스캔들 같은 사건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저자인 독일의 수의학 박사 하인리히 창클은 객관적 확실성이 뒷받침되지 못한 학문은 ‘사기’이며 학문적 사기가 일어나는 이유를 ‘자신들의 성공을 서둘러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라고 잘라 말합니다.

그는 일부 학자들이 실험이나 관찰 결과를 임의로 만들거나 조작하고(위조), 가설에 맞지 않는 수치들은 아예 뺀 뒤 결과를 내거나(요리하기) 자신이 설정한 수치가 나오도록 측정값을 계속 조작(다듬기)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뭐, 어쩌다 이 과정에서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지기도 했다고는 합니다. 멘델, 아인슈타인, 노벨상 수상자인 밀리컨은 ‘요리하기’를 통해 결과를 통제했다고 하니까요.

공교롭게도 가짜를 다룬 책이 한꺼번에 쏟아진 요즘입니다만, 자신들의 성공을 남들보다 빨리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욕심에 결과를 조작하고, 상대방의 것을 훔치기도 하며,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속이기도 하는, 사기꾼이자 위조자며 때로는 협잡꾼이기도 한, 이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왔습니다. 그들의 거짓과 사기, 위선에 속지 않으려면, 저자의 말처럼 언론과 대중 모두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믿으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라는 로널드 레이건의 말이 정치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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