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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누구를 위한 학교 수영장인가"

일선학교들 "위탁경영이 정상적 교육활동 막아"
교육청 "예산부족이 원인…무리한 입찰 피해야"

서울시내 학교 실내수영장을 위탁경영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교육목적 사용이 제한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S초등학교 교장은 최근 학교와 붙어있는 중학교 수영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중 위탁업체 직원으로부터 6월부터 초등학교 이용시간을 회원 이용시간으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해 수영장 내 체육시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늘어난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또 지난 해 12월 서울 H초등학교는 위탁업체가 억대의 사용료 및 공과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종적을 감춰 학생과 회원들의 이용이 제한된 것은 물론 학교 이미지까지 실추됐다.

서울시교육청 ‘학교(기관)수영장 관리·운영지침’에 따르면 학교 수영장 설치 목적은 수영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과 수영에 특기가 있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 육성 하는 것. 그러나 일선학교가 예산과 관리 인력 부족, 사고책임 부담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학교(수영장 보유 공립교 중 22개교)가 외부업체에 경영을 위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탁업체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프로그램 시간 임의변경, 최소 교육시간 침해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신답초 배종학 교장은 “아무래도 학교 측에서는 관리부담이나 사고책임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수영장을 직영하기보다는 위탁을 주게 된다”며 “위탁업체의 경우 교육목적의 본질보다는 경제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소홀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영예산 지원과 인력확충 등을 통해 학교 수영장 직영을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건이 되거나 의지가 있는 학교는 직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써 당초 교육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승평 은아수영교육연구소장(전 서울시교육연수원장)은 “학교에 수영장만 크게 지어주고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아 위탁이 늘고 있다”며 “직영 여건이 좋은 학교나 직영 의사가 있는 학교는 충분한 지원을 통해 학교 수영장이 교육목적에도 부합되고 지역에도 기여하는 시설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선 현장의 요구에 대해 시교육청은 기본적으로 학교수영장 직영이 교육목적에 더 부합될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운영에 관한 모든 책임은 학교장에게 위임돼 있기 때문에 제반 사항에 대해 교육청이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직영을 요구하기 보다는 위탁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현실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교육청 이상경 장학사는 “직영이냐, 위탁이냐의 문제는 선택해 통제할 문제가 아니라 일선학교의 여건의 문제며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현실의 문제”라며 “위탁을 통해서도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일선학교는 무리한 입찰이 위탁업체의 경영상압박과 교육목적 소홀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청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와 사례를 참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와 교사들은 교육청이 미온적인 태도로 문제에 접근하기 보다는 학교 수영장이 인근학교 학생과 지역주민에게 쉽게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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