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붉다’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빨갛다, 벌겋다, 새빨갛다, 시뻘겋다, 불그스름하다, 빨그스름하다 등 수많은 종류의 붉은 색깔을 표현하는 말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빨갛다, 시뻘겋다, 빨그스름하다’ 등 ‘붉다’는 뜻을 주로 된소리로 강하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붉다’는 말 한 가지 속에 감춰진 다양성을 생각하며 각각의 소리가 주는 감각을 살려 사용해보면 어떨까.
‘불그스름하다’는 ‘조금 붉다, 불그스레하다’는 뜻이다. 준말로는 ‘불그름하다’는 표현이 있으며 센말은 ‘뿔그스름하다’가 된다.
작은말로는 ‘볼그스름하다’가 있다. ‘볼그스름하다’는 ‘산뜻하게 조금 붉다’는 뜻으로, 박경리의 토지를 살펴보면 “아무렇게나 제 마음대로 자라난 울타리 밖의 물앵두나무도 볼그스름한 꽃이 피려 하고 있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볼긋하다’ 역시 ‘볼그스름하다’와 같은 뜻으로 “능금의 빛깔이 볼긋하다” 등으로 쓸 수 있다. 한편 ‘볼긋볼긋’이라고 하면 군데군데 볼그스름한 모양, 혹은 매우 볼그스름한 모양을 가리킨다.
“밤사이에 볼긋볼긋 솟아난 꽃망울이 싱그럽다.”
큰말로 ‘불긋불긋’도 쓸 수 있다. “불긋불긋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 “열꽃이 피어 얼굴이 불긋불긋하다” 등이며 이들의 센말로 ‘뽈긋뽈긋’, ‘뿔긋뿔긋’이란 표현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