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작년 9월 1일자로 개교해 채 1년도 안된 신설학교이다. 뒤로는 산이고 앞으로는 비닐하우스가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의 학교이다. 원래는 36학급 규모로 지어졌지만 인구수가 그리 많지 않아 전교생 582명에 19학급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학교이다.
나는 이 학교의 아름다운 모습이 첫눈에 끌려 신설학교의 첫 교감으로 자원했다. 무슨 일을 하든 학교의 전통을 세우는 첫 번째 일이라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첫 번째 학생수련회를 실시하게 됐다. 궁리한 끝에 학부모들의 부담도 덜어줄 겸 교사와 학생이 함께 1박2일을 생활하며 사제지간의 정도 돈독히 하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학교에서 수련회를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학부모의 부담금은 전혀 없애기로 했다. 모든 수고로움을 마다않고, 더구나 휴무 토요일까지 반납하고 이런 의견을 내어주신 선생님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선생님들은 한가지씩 프로그램을 맡아 치밀한 준비를 진행했다.
드디어 7월 7일 수련회가 시작됐다. 금요일 6교시까지 정상수업을 마치고 4시부터 개회식이 열렸다.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스포츠댄스 추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게임, 협동심을 높이기 위한 코너 등 4,5,6학년 모든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웃고 즐기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평소에 교육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모습이야말로 정말 교육의 감동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현장이었다.
즐겁고 들뜬 마음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손에 촛불을 들고 촛불의식도 가졌다. 아이들은 차분한 마음으로 교사가 낭송하는 의미 깊은 말들을 가슴에 새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잠자리. 교실을 정리하고 침구를 펴고 모두 둘러 앉아 그동안 선생님과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오순도순하는 반도 있었고, 선생님에게 팔씨름을 도전하는 반도 있었고, 선생님에게 바둑으로 이겨보려고 줄을 선 반도 있었다. 선생님과 한께 교실에서 잠을 자는 녀석들은 한껏 즐거운 표정들이 역력했다.
눈만 뜨면 과잉체벌, 촌지문제 등으로 교권이 흔들리고 있는 이때, 모든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이 아름다운 우리 학교 수련회를 직접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