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 조기 외국어 교육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초등학교에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테러에 대처하려면 외국어를 영어 처럼 구사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야 된다는 정계및 업계 지도자들의 요구에 학교들이 적극 부응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국가 안보를 위해 어린이와 성인들에 대한 외국어 교육이 절실하다며 1억여 달러의 예산안을 낸 바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성인이나 고교생때의 외국어 공부로 2개 국어를 맘대로 구사하는 '바이링구얼 스피커'(bilingual speakers)가 되기는 어려워 언어 학습 효과가 큰 어릴 때 언어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워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교나 중학교에서 가르치던 외국어 프로그램이 초등학교는 물론 유치원까지 내려갔다.
미국의 외국어 교육은 주로 고교에서 러시아, 일본어, 아랍어 중심으로 이뤄져왔으나, 점점 이민자들이 많아지면서 보다 많은 외국어를 더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일례로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경우 한국 등 전세계 이민자들 때문에 무려 135개 언어가 사용될 정도이다.
8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그레이엄 로드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알파벳 송과 함께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현장을 소개했다.
30분간 스페인어로만 진행되는 이 수업에서 5살인 엔간 보는 교사인 야스민 갤러웨이가 '비엔'(bien:좋다)이라고 말할 때 친구들이 왜 웃고 춤추는지, 또 '말'(mal:나쁘다)이라고 말할 때는 왜 친구들이 우는 척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갤러웨이는 올해 말쯤 되면 엔간이나 다른 어린이들이 스페인어의 기초를 익혀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팩스의 월프트랩 초등학교에 다니는 샘 하셋(7)은 지난해 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어로 하나 부터 백까지 셀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와함께 워싱턴 시내 셰퍼드 초등학교는 9월 학기 부터 전유치원 과정에 프랑스어를, 톰슨 초등학교는 중국어를, 알링턴 카운티의 초등학교 2곳은 스페인어를 개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은 물론, 수학과 독해에 역점을 두고 있는 '낙오 어린이 방지법', 자질있는 외국어 교사 부족 등으로 조기 외국어 교육이 결코 순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7개 초등학교에서 이탈리아어, 라틴어, 프랑스어, 중국어를 가르치는 페어팩스의 경우 관내 137개 초등학교에서 모두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려면 1천600만 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 때문에 몽고메리 카운티의 경우 사친회에 의해 결성된 한 비영리 단체가 초등학생 5천명을 위한 외국어 프로그램 비용을 대고 있다.
한편 일부 학교는 외국어 교육을 중학교 과정으로 편성했기 때문에 초등학교로 이를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