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 교육부 산하 문화부협회가 2008년부터 독일 학생 개인정보를 전산화하여 중앙관리시스템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알려져 거센 비판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 방안은 ‘국민교육 보고서를 위한 자료수집 전략’으로 교육관련 통계 개선을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독일 언론들은 현대 독일 역사상 가장 큰 자료수집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우선 각 주별로 학생정보를 수집하여 관리하다가 서서히 독일 중앙관리목록에 저장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연방주들은 학교 통계를 새로 규정할 새 학교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이 자료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헤센주 문화부 비서 야코비는 “각 주 총리가 이 자료에 대해 권한을 가질 것은 분명하다“고 추정한다.
교육부 산하 문화부 협회는 이 계획의 일차적 동기가 독일이 중학생학력평가 피사테스트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인 것에 대한 대처라고 천명하고 있다. 특히 피사 테스트를 통해 독일이 가정소득과 학생성적과의 상관관계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에 비해 훨씬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화부 협회는 학생정보자료수집을 통한 분석으로 이와 같은 교육 기회 불균등을 더 잘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센주 문화부 비서관 요아힘 야코비는 "독일 학생이 피사 테스트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인 이후 우리는 더욱 개개인의 교육과정 정보파악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지금까지 낙제하여 학년을 반복하는 학생이 몇 퍼센트인지는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의미 있는 일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낙제하여 한 학년을 반복한 학생 중 졸업하는 학생의 비율이 얼마인지를 알아내야 한다”며 이번 학생자료수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화부 협회가 수집하려고 하는 학생 정보는 예를 들면 어떤 가정환경의 학생이 인문계, 혹은 실업계에 진학하는가, 부모의 출신, 언어생활, 선택과목 등이다. 문화부 협회가 수집하고자 하는 학생 개인정보항목은 특히 이주민의 거주비율이 높은 대도시의 문제점도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전산화 될 학생의 정보는 익명 처리되어 각 학생들은 아이디번호를 얻게 된다.
독일 교육부장관 아네테 샤반은 “독일에는 이에 관한 장기간의 자료조사가 없었다. 이는 과학적이고 학문적 교육정책에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이러한 자료조사로 좋은 경험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점점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학부모협회, 교사협회는 이 계획이 알려지자마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교육협회 회장 루트비히 에킹어는 “이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이야기 같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모든 시민을 어디서나 항상 감시하는 국가, ‘빅 브라더’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사생활 보호주의자들은 독일 교육부의 계획에 대해 “이러한 정보 수집을 정당화시켜 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 계획의 법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방 데이터보호 위원회장 페터 샤르는 “전문가들이 통계로 교육에 대한 구상을 얻겠다는 생각은 이해가 되지만 이것이 개인 정보 수집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가족적 배경이 개인정보자료에 포함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차원의 학생 개인자료수집에 대해 회의를 표했다. 또 그는 “개인자료 수집대신 임의추출검사나 연구계획으로 대체될 수 있다”며 학생정보수집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또 작센 주의 데이터보호 위원회장 크리스티안 슈노어는 “이를 위해선 우선 학교통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왜 이런 복잡한 내용들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교육부의 계획에 불만을 표시했다.
학생정보의 익명화 처리도 데이터보호 전문가들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이들은 각 학생들이 아이디 번호를 갖게 되는 것은 이 문제를 법적으로 더욱 복잡하게 할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작센주와 니더작센주는 이 계획에 아예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작센 주의 문화부 장관 슈테펜 플라트는 “이러한 정보수집은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던 동독 공산주의 정권을 연상시킨다"며 이 계획을 거부하고 있다. 앞으로 독일 교육부의 학생개인자료수집 성과여부는 다른 연방주 총리들이 작센 주의 반대에 얼마나 동조하는 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독일 교육부장관 아네테 샤반은 이러한 모든 우려들을 가라앉히며 합의하기 위해 데이터보호 전문가, 사생활보호주의자들과의 협의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