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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교사 진로조언 역량 점점 떨어져, 정책 강화 필요

① 진로 선택의 영향력

학과 만족도 ‘학원형’이 가장 높고 가정・독립・의존형 순
사교육 영향력 학업성취도 넘어 진로선택과정에도 작용

실업계 고교생, 일반계 학생 비해 ‘독립・학교형’이 많아
조언 얻을 수 없어 혼자 결정 ‘독립형’ 진로지도 강화를



수능은 끝났지만 수험생들은 이제 대학 진학이라는 새로운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성적과 적성, 능력에 맞추어 진로를 고민해야하는 시기이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험생들은 신중하게 판단하여 자신의 진로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들도 수험생들이 대학 생활에 만족할 수 있도록 진학 지도를 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각자 다른 배경과 동기를 가진 선배 수험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 지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의 진로를 선택하는데 매우 귀중한 길잡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4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Korean Education & Employment Panel)' 조사에서 나타난 일반고 및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생 4,000명의 고교 졸업 후 대학 생활 만족도를 살펴보고 자신의 진로 선택에 참고하는 기회로 활용해 보자.
  진로 선택 유형 고교 졸업생의 82.1%(2005년도 졸업자 기준)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대학과 전공의 선택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인생 최초의 진로 선택이다. 대학 진학과 관련된 선택은 온갖 경우의 수에 대한 고려와, 미래의 희망, 삶에 대한 가치관이 교차되면서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다.
하지만 학벌의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가운데 성적에 맞춘 진로선택이 아직 대부분이다. 또, 대부분의 고교생은 진로선택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대학 진학과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모, 교사, 또는 친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가, 또는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여기서는 대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학과(전공, 계열, 학부)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진로선택 유형을 가정형, 학교형, 학원형, 독립형, 의존형으로 구분하였다.
가정형은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친 사람 두 명(1순위와 2순위)을 부모님, 또는 본인이라고 응답한 경우이며, 학교형은 1순위와 2순위에서 학교선생님 또는 본인이라고 응답한 경우다. 학원형은 학원선생님과 본인의 의견을 중요시한 경우이며, 의존형은 본인은 포함되지 않고 1순위와 2순위 모두 학교선생님, 부모님, 또는 학원선생님이라고 응답한 경우다. 독립형은 1순위와 2순위에서 본인과 선배 또는 친구를 선택한 경우이다.
그럼, 실제 진로선택에서 누구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지 살펴보자. 2005년도 패널조사에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 2455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학과선택 과정에서 본인 또는 부모가 중심이 된 가정형은 전체의 5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본인 또는 학교 교사의 의견에 따라서 결정했다는 학교형이 23.5%, 어른들의 조언이 없이 본인 또는 친구의 의견에 따라서 결정했다는 독립형이 11.6%로 나타났다. 학교 교사, 부모, 또는 학원선생의 영향을 받되, 본인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은 의존형은 8.7%이며, 본인 또는 학원교사의 영향을 받았다는 학원형은 3.1%로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교사의 영향력이 10% 이하였음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에서는 학교 교사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여전히 진로 선택과 관련하여 학교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계열에 따른 분포를 보면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반계 학생들에 비하여 독립형과 학교형이 많고 가정형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전문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과 4년제 대학생을 비교한 결과, 전문대 재학생이 4년제 대학생에 비해 독립형의 비율이 높으며, 학교형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3 시기의 가정환경을 살펴보면 독립형은 가구소득, 부의 학력 면에서 일관되게 낮았고 이와 가장 대조적인 유형은 학원형으로서 대부분의 특성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예컨대,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학원형(334.3만원)이 가장 높았고 독립형은 256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가정에서의 진로지도 또한 독립형이 가장 낮으며, 가정형과 학원형이 가장 높았다.

이 밖에 고3 시절의 학교생활을 비교한 결과, 선생님과의 관계가 가장 낮은 것이 독립형(2.0)이며, 가장 좋은 집단은 학원형(2.4)이었다. 또, 학교형(2.2)이 가정형(2.0)보다는 좋은 사제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서 교사와의 관계가 좋은 학생일 경우, 부모님보다 교사의 조언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진로 선택 유형과 대학생활 대학 입학 당시 학과 선택 유형에 따라서 대학 생활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보자. 먼저 대학만족도에서는 가정형, 학교형, 학원형이 각각 3.4(5점 척도기준)로 가장 높았으며, 독립형이 3.2로 가장 낮았다. 학과 만족도에서는 학원형이 3.8로 가장 높고 가정형과 독립형, 의존형이 가장 낮은 3.5를 기록했다. 대학에서의 학업태도는 학원형이 16.8(20점 만점 기준)로 가장 높고 독립형과 의존형이 15.9로서 가장 낮았다. 대학에 진학한 후의 진로변경을 고려하고 있는가를 재수, 편입, 휴학을 중심으로 비교한 결과, 독립형의 14.8%가 휴학계획이 있는 반면, 학원형은 단지 7.9%만이 휴학계획이 있는 것으로 응답하였다. 미래의 직업을 결정했는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 학원형의 결정비율(52.4%)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은 가정형(49%)이었으며, 독립형은(46.4%) 가장 낮았다.
위의 결과를 종합하면 진로선택의 다섯 가지 유형(가정형, 학교형, 학원형, 의존형, 독립형)중에서 가장 좋은 특성들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유형은 학원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비율은 3.1%로 매우 낮지만 사교육의 영향력이 단순히 학업성취도를 높이는데 한정되지 않고, 진로선택 과정에서도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교육에 있어서의 최상의 서비스가 민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주는 씁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본인이나 친구, 또는 선배의 의견에 따라서 진로를 선택한 독립형은 학원형의 일관된 우월성과 대조되면서 가장 부정적인 유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환경의 학생들로서 학교에서 특별하게 돌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교사가 없으며, 아울러 낮은 진로성숙도로 대학에서의 적응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독립형은 부모와 선생님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신이 독립적이기를 선택하였기 보다는 그 누구로부터도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 혼자서 결정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다.

최근의 대학입학 전형이 매우 복잡하고 공개된 정보도 매우 제한되어 학교 교사의 대학 진학을 위한 진로조언 역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진로선택에 있어서의 정보격차 심화로 인하여 진로선택에서의 불이익이 가중되는 위험이 있다. 그 누구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독립적인 면모를 보이는 학생들이 사실은 교육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독립형으로 구분된 학생들의 독립적 행동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기보다는 학교와 사회가 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가정환경이 열악하여 부모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함으로서 진로선택에서 이중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조언 서비스가 모든 학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학교 진로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진로와 관련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취약한 환경의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양질의 진로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임 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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