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시의원과 갈등 때문에 부임 3개월 교장이 전보된 것은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수 없는 현행 교육자치 시스템의 문제가 파행인사였다. 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부적절한 처신이 결국 인사조치를 할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길로 몰아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같은 교육청에 대한 교육위원회, 시의회 교문위원회의 이중 감사, 심의 구조 속에서는 제2, 제3의 인사파문이 재발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교육위원회 한 위원은 “시의회의 행정감사권이 없었더라면 교장과 시의원과의 충돌 자체는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권과 예산권한이 시의회에 있다보니 시의회에서도 학교에 관심을 두게 되고, 교장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협의뿐만 아니라 갈등도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갈등사례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북부교육청 관내 한 학교에서는 교내 신축 건물 준공 후 감사패를 주고도 발언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해서 불쾌해 하는 시의원에게 교장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경기도에서는 사소한 언쟁, 교내 체육관 이용시간 연장 등을 문제삼으며 도의원이 폭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시의원이 특정정당 소속이 많다보니 교육계가 정치적으로 휘둘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 교육장은 “A정당 소속 학운위 학부모들이 B정당 소속 시의원을 흔들기 위해 교장을 난처하게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의회의 감사권이 교육현장에서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능이 있고 교육계의 권위적인 풍토를 정화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 권한이 지나쳐 교육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한편 이번 인사조치와 관련해 공 교육감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달 20일 서울 지역교육청 행정감사 전 간담회에서 교장의 발언을 교문위에서 문제삼자 인사조치를 먼저 약속했던 것. 교문위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감이 먼저 사과를 하고 즉각 교장을 멀리 보내겠다고 말했다”며 “교문위에서 인사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공 교육감은 교문위와의 인사조치 약속을 정기인사 때로 미루기 위해 시의회 의장을 통해 교문위원장에게 의견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공 교육감의 비공식적 업무처리 태도에 교문위가 결국 1일 예산심의 때 교장인사건을 확인하고 심의를 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감의 성급한 약속과 교문위를 통한 정상적인 협의과정을 거쳤다면 파행적 인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교문위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교장은 “현 교육자치 구조가 시의회에 많은 힘이 있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을 이해한다 해도 시의회 요구에 앞서 인사조치를 언급했다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