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수준이 고르고 제재도 다양해 즐겁게 심사 했다. 문장을 다듬으려 노력하는 이들이 많은 점도 바람직한 현상이었는데, 사고의 밀도가 받쳐주지 않거나 수필이란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여 참신성이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을 살펴본다.
‘심천역’은 사회비판적 주제가 자신의 정서적 체험과 어울린 점이 좋았다. 하지만 앞뒤가 괴리되며 좀 더 입체적인 사색이 필요해 보였다. ‘오렌지 데이스’는 대상을 보는 감각이 개성적이나 다소 감상적이고 내용이 단조로워 무게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호피석’은 제재를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는 열정이 느껴지는 글이다. 하지만 관념이 승하고 작위적이라 정서적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게 흠이다. ‘청학동 가는 길’은 필자의 필력이 돋보인다. 내면적인 것과 외면적인 것, 전체적인 것과 부분적인 것을 적절히 결합하여 리듬을 조성하면서, 일관된 흐름과 의미를 형성해내고 있다. 대상을 파고드는 힘이 엿보이고, 필자가 함께 낸 글들의 수준도 고르므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글은 혼자 쓰지만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자는, 자기의 글을 독자가 어떻게 읽을까, 어떻게 써야 독자에게 적절히 읽히고 바라는 감동을 일으킬 것인가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독자를 고려해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짐을 인식했다면 훨씬 좋아졌을 작품이 많았다. 참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