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지역번호 02로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이 광고성 안내이었던 기억으로 해서 무시하고 지났다. 오후의 빈 시간에 교무실 내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에서 진동음과 함께 다시 같은 번호가 떴다. 빨리 끊을 요령으로 폴더를 열었다. 전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교육신문사의 기자라는 말에 순간 당선소식임을 감지했다.
생각보다 마음이 너무나 침착하고 담담해지는 게, 이 마음이 뭘까. 그건 아마도 나의 시에 대해 스스로 엄격하고자 하는 절제가 아닌지.
내가 이 땅에 오면서 부여받은 시의 길이 과연 나의 몫인가에 대해 고뇌하면서 절망할 때가 많았다. 겁도 없이, 부끄러움도 없이 내가 이런 시를 다 쓰다니, 그리고 이렇게 외롭게 될 줄도 모르다니, 이런 반성과 갈망의 세월을 오래 데리고 살았다.
시로 인해 만난 시간과 삶과 사람들이 내게 위안이 되기도 했고 그로 인해 절망과 상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내 시가 엉터리가 아니라는 것에서 나의 시들에게 조금은 덜 미안할 것 같다. 변방에서 울던 내 외로운 시들이 따뜻한 방을 가지고 발을 녹였으면 한다.
뽑아주신 두 분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와 그와 동시에 좋은 삶의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소식 전해주신 교육신문사 기자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나의 귀한 벗에게도 기쁨을 전합니다. 그리고 “추워도 이거 많이 팔아야 우리 아기 우유 값 벌지요” 하던 그날의 그 추운 겨울 노점 아저씨!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저씨의 그 젖먹이가 무럭무럭 아름답게 자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