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부담도 덜고 선후배끼리 정도 느끼고 일석이조 아닙니까"
한벌에 최고 70만원인 교복값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안동의 경일고등학교(교장 안상흥)가 7년째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교실 하나를 아예 옷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새 학기를 20여일 앞둔 7일에도 20여벌의 동.하절기 교복이 걸려있다.
며칠 뒤 졸업하는 3학년 학생 203명 중 100여명이 기증한 교복 100여벌 중 남은 분량이다.
이 학교가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0년 겨울. 당시 3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뜻을 모았고 학교측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지금이 60~70년대도 아니고 신세대 학생들이 헌 옷을 입으려 하겠느냐"는 우려 속에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른바 '메이커' 교복만 찾을 뿐 다른 교복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재고'가 쌓이기 일쑤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헌 교복을 찾는 손길이 늘기 시작해 최근에는 내놓기 바쁘게 새 주인을 만나고 있다. 교복 하나를 놓고 친구들끼리 다툼이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여서 선생님들이 중재에 나서야 할 정도다.
물론 다소 색이 바래거나 낡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몇 년은 더 입을 수 있는 데다 정성스럽게 세탁을 해 새 옷이나 마찬가지여서 적잖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로 몸집이 커진 1,2학년 학생들이 3학년 선배들의 교복을 물려입고 있지만 학교측은 신입생들에게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경제사정이 어려운 때에 한벌에 수 십만원 하는 교복이 학부모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학부모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선후배간 정까지 느낄 수 있어서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