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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후배 교사들에게 띄우는 글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중심에서 벗어나 가장자리를 맴도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30년만에 명예퇴직을 앞둔 지금, 그것이 서운한 것이 아닙니다. 서운한 것은 무능함으로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젊은 시절엔 아이들과 뒹굴며 교실에서 청춘을 보냈고, 경력자 위치에 선 시절엔 공문에 묻혀 뛰어다녔고, 원로가 된 시절부턴 뒤로 한발 물러서서 살았습니다. 누가 그만 두라고 해서 물러서는 것이 아닙니다. 일이 싫어서 물러서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단지 젊은 새싹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부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 직장에서 한 가지 일에 일생을 바쳤다는 것을 자랑할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난 30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철부지들과 싸우는 동안 세상은 너무나 변해버렸습니다. 군사부일체는 전설이 되었고 교직을 성직으로 여기던 교사들은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졌고 교사직도 노동자라고 외치는 젊은 세대가 교직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바라고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권위가 살아있어야 가정교육이 반듯하게 이루어지듯이 학교에선 교장, 교감, 경험 많은 선배들의 권위가 살아있어야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교직풍토가 이루어집니다. 지도자를 잃은 나라가 잘 될 리 없고, 경영인이 없는 직장이 발전할 리 없는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교사는 제자들의 앞날을 넓게, 그리고 멀리 비춰줄 사명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갇혀 어린 제자들에게 편협한 길을 인도한다면 이는 역사와 한 인간의 삶에 두고두고 죄를 짓는 일일 것입니다

30년을 돌이켜 보면 때로는 못 견디게 괴롭고 힘든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이 길을 걷기를 참 잘 했노라고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보낸 순간도 있었습니다.

선배가 걸었던 힘들고 외로웠던 길을 나도 따라 걸었고 또 내가 걸었던 힘들고 외로웠던 길을 후배들이 따라 걸을 것입니다. 단지 앞서고 뒤선다는 차이 뿐 사도의 길은 똑같습니다. 다만 후배들이 나처럼 이 자리에 섰을 때에는 보람된 열매들을 나보다는 더 많이 거두고 내려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땅의 교육이 한 발자국 더 발전했노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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