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43년 10개월의 교편생활을 끝내고 정년퇴임하는 방희자 인천 강화 길상초 교장. 14일 만난 방 교장은 전날 치른 졸업식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마치 소녀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한테 졸업식은 너무 중요하잖아요. 저는 졸업장을 수여할 때 영상자료로 졸업하는 학생의 사진을 띄우고, 장래 희망․졸업을 맞이하여 하고 싶은 말을 미리 조사하여 자막으로 소개해 줍니다. 교장이 졸업장을 주면 그 옆에서 담임선생님이 장미 한 송이씩을 나눠주기도 하지요.”
지역 교육계에서 ‘훌륭한 선생님’하면 너나없이 방 교장을 꼽는다고 들었는데,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방 교장의 졸업식 스토리가 이어진다. “졸업식 마지막 순서가 뭔지 아세요? 졸업생들이 부모님께 감사의 편지를 읽어 드리고, 중학생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개교기념일 행사도 특색 있게 한다고 들었다는 물음에 방 교장은 “보통 그냥 하루 쉬는데, 저는 좀 색다르게 하기는 했습니다. 기념식을 한 것이지요. 1부엔 기념식, 2부에는 학예회, 3부는 시루떡을 놓고 축하파티를 하고 마지막으로 ‘아나바다’ 행사를 했습니다. 개교기념 모형 주화를 만든다거나, ‘학교사랑 골든벨’ 행사도 해 봤습니다.”
방 교장의 아이디어가 무궁무진 해 보였다. 그러면서 드는 의구심을 참지 못하고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하고 물었다. 방 교장은 그냥 웃기만 하는데, 옆에 있던 선생님이 거들었다. “교장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교수․학습에 충실하라고 하시면서 공문처리도 많이 해 주십니다. 모르는 것은 꼼꼼히 알려주시니까 오히려 일 하기 좋습니다.”
방 교장은 1963년 인천사범을 졸업하고 교직에 입문했다. 가장 잘 한 것 하나만 꼽아달라고 하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학예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시절 학교에서 학예회를 안 하면 학급단위에서 하고, 관리자가 되어서는 학교단위의 학예회를 열었다. 학생들 소질도 발견하고, 부모들에게 아이들 자라는 대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는 또 학생들이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교육한 것도 보람이라고 밝혔다. 아이들과 마주칠 때 마다 “오늘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니?”라고 묻는다. 아이들이 왜냐고 하면 “너를 이렇게 예쁘게 낳아주고, 가르쳐 주시는데 감사하다고 말해야지”하는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1년이 학생들의 미래 10년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는 방 교장. 이 학교 교감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학생,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인 교장 선생님이 퇴임식을 사양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며 “방 교장님은 항상 공은 남에게, 과는 자신에게 돌리는 분”이라고 했다.
방 교장은 퇴임식만 사양한 것이 아니다. 퇴임 교원에게 수여하는 정부의 유공훈장마저 사양했다. “다른 뜻은 없어요. 40년 넘게 국가에서 보람된 일을 주셨는데 훈장까지 받는 것은 염치가 없어보였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