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고의 입시담당 교사들이 서울대를 집단 방문,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외고 학생들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이번 방문은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가 최근 발표한 입시안이 수능 비중을 높여 외고 학생을 대거 유치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서울대의 대책 마련 여부 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ㆍ경기 지역 4개 외고의 진학부장 등 입시담당 교사 5명은 21일 오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를 방문해 약 1시간 동안 2008학년도 입시와 관련한 학교측 입장을 듣고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외고 입시담당 교사들이 단체로 서울대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사들은 "학생부 성적을 1단계(100%)와 2단계(80%)에서 모두 반영하는 수시 지역균형선발 전형과 학생부 성적을 50%(교과성적 40%) 반영하는 정시 일반 전형이 외고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에서도 공통ㆍ일반선택 교과와 심화ㆍ전문 교과 2가지로 묶어 과목별 가중치를 두는 지금의 교과성적 산출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어서 별도의 전문 교과를 배우고 있는 외고 학생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이에 따라 외고 학생들이 심화 학습을 하고 있는 과목의 가중치를 높여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정시 일반 전형에서 수능 성적은 정원의 3배수를 뽑는 1단계에서만 반영될 뿐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2단계에는 반영되지 않는 서울대의 수능 자격고사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A외고 교사는 "수능으로만 뽑으면 들어갈 수 있는데 내신 하나 때문에 서울대를 들어오지 못하는 외고 학생들이 많다"며 "서울대 입장에서도 실력 있는 학생을 뽑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외고 학생들을 역차별하는 서울대의 입시 정책으로 인해 연ㆍ고대가 상대적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며 주요 사립대가 외고 학생에게 유리한 쪽으로 입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을 나타냈다.
B외고 교사는 "지역균형선발 전형에 외고 학생들이 합격하기 어려우므로 정시 모집에서라도 잘 들어올 수 있게 해 달라"며 서울대의 학생부 성적 반영 및 수능의 영역별 가중치 책정 방법 등을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가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고 교사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인문계열 특기자선발 전형에서는 제2외국어 2개 정도를 구사하는 등 외국어 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데 일반고 출신 지원자도 외고 학생 못지 않게 잘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외고만을 위해 기존에 발표한 입시 요강을 바꿀 수는 없다"며 "수시-정시 모집 비율과 내신ㆍ수능 반영 방법 등을 담은 세부적인 입시안은 다음달 5일까지 확정해 6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