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인 정홍섭(鄭弘燮) 신라대 총장은 25일 서울대와 일부 사립대 총장의 '3불(본고사ㆍ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 금지) 정책' 폐지 주장에 대해 "교육의 공공성이나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 욕구"라고 비판했다.
정 총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말한 뒤 "3불정책을 폐기하면 그렇지 않아도 위기에 빠진 공교육은 엄청난 암초를 만나게 되고 우리 사회를 괴롭히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는 더욱 확대 심화할 것"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사회의 시급한 과제는 양극화 문제로, 참여정부는 향후 정책기조를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에 두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본고사를 부활하고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면 고교 교육은 국.영.수 중심의 입시교육으로 재편돼 전인교육은 사라지고 중학교까지 과외열풍에 휩싸이게 되는 데다 특정 학군의 부동산이 다시 폭등해 서민을 괴롭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여입학제 도입 주장과 관련, 그는 "과도한 사교육비 자체가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큰 원인으로, 여기에 기여입학제까지 허용하면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적 저항으로 나타난다"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양극화로 비통한 심정에 빠진 민중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 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여입학제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투명해지고 부의 축적과정에 대한 대중적 신뢰가 확보되는 시점에서야 가능한 일"이라며 "기득권층은 자신이 기부한 만큼 반대급부로 자식의 입학을 보장받는 제도를 주장할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의 부를 저소득층 교육에 조건없이 기여하는 면을 보여 신뢰와 존경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본고사, 고교등급제 등 인지적 능력을 변별력 있게 측정하는 시험을 부활해 어느 한 대학이나 일부 소속대학들이 우수학생을 독점해버리면 그 대학은 별 교육적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우수 졸업생을 배출하게 돼 게을러질 수 밖에 없고, 다른 대학들은 첫 출발부터 뒤처져 있으니 경쟁할 의욕이 생기지 않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가 공부 잘하는 우수학생을 데려가지 못해서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말한다면 누가 들어도 웃는다"며 "우수 학생을 독식한 것 하나만으로도 대학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서울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립대학 총장협의회의 주장은 전체 사립대학의 주장이 아니다"면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고 지명도가 낮은 지방 대학들이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사립대학 총장 전체가 3불정책을 적극 반대하는 것처럼 발표했다면 회장단의 월권"이라며 "3불정책을 반대하더라도 그 정책에 이해관계가 걸린 수도권 사립대학들의 이름만으로 하는 게 좋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