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마지막 교육부장관을 지낸 이명현(李明賢) 교육선진화운동본부 대표는 26일 '3불정책' 논쟁과 관련, 정부가 입학전형 규제를 철폐하고 대학 등 교육관련 각 영역은 자발적인 제 역할 수행을 약속하는 '대사회협약(大社會協約)'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三不政策, 타당한가? 부당한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에 앞서 발표한 주제발표문에서 "우리 교육이 새 문명의 도전에 업그레이드되려면 3불(不)도 3가(可)도 해답이 될 수 없고 제3의 길로 지향할 때 희망이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제3의 길로 대사회협약을 제안하며 "정부는 입학전형과 관련된 일체의 규제를 철폐하고 대학과 고교, 학부모, 기업 등 각급 고용기관, 사법기관, 언론, 정치인 등 사회의 각 영역은 수행해야 할 각자의 몫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것을 약속하고 실천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에서 정부의 규제가 없어도 대학 입학전형과 관련해 우리처럼 대소동 없이 운영되는 것은 국가와 국가 구성원 사이에 이러한 묵시적 대사회협약이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대학에 대해 "학교만을 생각하는 저차원의 애교심이 아니라 국가발전, 나아가 인류번영을 통해 학교발전을 도모하는 학사운영을 해야 한다"며 "사회경제적인 약자와 공ㆍ사립 졸업자 및 지역간 균형, 소수인종과 외국인 등을 고려하는 지성의 전당의 주인으로서 입학전형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 지나친 '일등주의'를 경계한 뒤 "자기 자식의 특성과 소질 그리고 희망을 고려해 그에 알맞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올바른 자세며 타인과 더불어 잘사는 지혜로운 삶이라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또 교사들에게는 점수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인성교육을 촉구했으며 기업을 비롯해 각종 직업을 제공하는 기관에는 대학의 극심한 서열화와 응용학문 중심의 극단적인 편중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재선택 기준을 다양화할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사법당국에도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대학입학전형이 사법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이 바뀌도록 사법당국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언론도 입시전쟁을 부채질하는 악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입시에 대한 보완책으로 수능과 내신을 9등급으로 나눈 자료가 아니라 원래의 점수와 평가를 그대로 대학에 보낼 것과 수준별 교과과정을 더욱 발전시켜 AP(대학과목선이수)과정을 실시하는 한편 수능도 개별과목에 따라 보완해 특기 소지자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할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상과 같은 일들을 수행하면서 대사회협약이 교육관련 당사자들 사이에서 실천되는 날 우리 교육은 신문명을 선도하는 능력 있는 일꾼을 배출하는 교육혁명으로 거듭날 것이며 본고사 논쟁도 사라지고 고교등급화와 기여입학제 논쟁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