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전문기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데 보낼 곳이 없어요"(서울 한산중 방재우 교장) "대한민국은 교육문제에 관해선 모두가 전문가인 것 같아요. 교사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경기 팔달고 서미향 교사)
9일 오후 세종로 중앙청사 교육인적자원부 16층 대회의실에서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일선학교 교사와 학부모, 학생, 관련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교육현장과 소통을 넓힌다는 취지로 유명 TV토론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 처음 개최한 '에듀인 100분 토론'이 열린 것이다.
강인수 수원대 교육대학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는 교육부 담당 공무원 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 교사, 학생, 학부모 등 17명이 패널로 참석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교사들은 먼저 학교폭력 수준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이로 인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충 등을 토로했다.
한산중 방재우 교장은 "실제 가해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론을 타고 너무 선정적으로 부각되다 보니 일반 국민은 마치 굉장히 많은 학교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경기 팔달공고 서미향 교사는 "학생 100명보다 학부모 1명을 대하는 게 더 어렵다. 학교폭력 등이 발생했을 때 학부모가 개입하면 일이 더 커지고 힘들어진다. 다 같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교사들의 인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교사, 학교를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박종효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지난해 163개교를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느낀 비율이 교사는 20% 미만인 반면 학생은 30%가 넘어 인식차를 드러냈다"고 소개했다.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사회적 인식 변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고성혜 청소년 희망재단 사무총장은 "교사들의 사명감에만 의존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바뀌었다"라며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교사들이 신분노출 없이 고충을 토로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구할 수 있는 전문 상담센터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산중 방재우 교장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처벌하고 나면 바로 전담기관에 보내 전문교육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보통 일주일, 보름을 기다려야 기관에 들어갈 수 있다"라며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다는 하윤정(인천 학익여고 2년)양은 "외국은 학생들의 개성을 중시하는 데 비해 한국은 성적을 중시하다 보니 문제가 많은 것 같다. 학교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교육부 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케이블 TV로도 생중계됐으며 이를 본 직원들은 전용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