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노동당 정부가 들어설 때 최우선 정책과제는 교육환경 개선이었다. 노동당이 교육에 집착했던 이유는 단순한 학력향상이라는 일차적인 수혜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완화될수 있는 사회계층간의 불평등 문제, 고용문제, 빈곤문제, 사회질서 유지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그 결과였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영국 경제는 보수당에 이어 지난 20년간 호경기를 지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지에 못지않게 음지의 그늘은 더욱 짙어지는 현상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Under Class(주거불분명자 계층)"의 생성이라든가 아이들의 무단결석과 같은 것들이다.
2005~2006 학년도 일 년 간의 무단결석 일수는 160만 일이고, 이중 초등은 60만, 중등은 100만 일 정도이다. 이들 무단결석의 약 절반은 약 7만2000명(전체 학생 인구의 2.4%) 의 ‘상습범’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무단결석 대책 전문연구소인 스완시 연구소(Swansea Institute)의 부소장 켄 레이드(Ken Reid) 교수는 “무단결석의 유형이 학교마다 다르다. 어떤 학교는 교내폭력이 주된 이유이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가족휴가가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만약 무단결석의 이유가 일정 유형을 가지고 나타난다면, 이 문제는 벌써 몇 년 전에 해결이 되었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정부입장에서 대책을 세우려하지만 그 변수들이 너무 다양해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한 아이의 무단결석 이유를 살펴보면, 학교내 폭력이라든가, 공부가 어렵고 싫다든가, 약물이나 건강 문제, 또는 가족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단결석의 이유 중 약 절반이 아동들이 경험하는 교내폭력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 보더라도 그것의 뿌리 또한 아주 다양하고, 교내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또한 통계처리상의 정의의 문제도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한국의 ‘체험학습’과 같은 유형을 어디까지 범위에 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러한 체험학습의 범위를 어디로 정하는가에 따라서, 통계상의 수치는 많이 변하게 된다. 아울러 삶의 패턴 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가령 학부모가 ‘할아버지의 제사’가 결석을 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 같은 것이다.
영국에서 20년 전만하더라고 가족의 해외휴가라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격도 낮아지고, 가계수입도 나아져서 아주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년 전에 해외 가족휴가를 떠날 수 있는 가족이라면, 상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또한 그러한 가정의 학부모도 비교적 자녀의 교육의 중요성도 인식을 하고 있기에 여행 중에 뭔가 하나라도 ‘학습의 기회’ 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기초생활대상자’ 계층조차도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만큼 여행 패키지 가격이 낮아져 있다.
더구나 이런 여행 상품들은 학기 중 비수기에는 여름방학 성수기 가격의 약 절반까지 낮아지기에, 일부 저소득층 학부모 들은 이런 상품을 구입하고 학기 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휴가를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의 내용은, 아이들에게 어떤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향락지 콘도에서 일주일간 체재하는 형태이기에, 이국의 문화체험 같은 것은 어렵다. 그리고 사회의 저소득층 학부모들의 경우, 과거에 교육으로 인한 문화 경제적 혜택을 받은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기에,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가볍게 보는 경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결국 이것을 ‘체험학습’의 범위에 넣어서 공결처리로 해야 될지, 아니면 무단결석으로 해야 될지, 모호한 부분이 된다. 다시 말해, 2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통계수치로 비교하여 좋아졌다든가 나빠졌다 라고 간단히 결론짓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무단결석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 5년간 경찰과 자원봉사자의 투입, 사회복지사의 연락체제 구축, 성교육 등에 2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몸이 달아있고, 각 관계부처별로는 그 책임회피를 하고자 하는 구실찾기의 탁상공론으로 빠져들어가고 느낌이 든다.
길거리 청소년 범죄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비난을 받고 있는 경찰과 내무부, 교내폭력을 통제하지 못해서 아이들이 길거리로 나온다고 비난을 받는 학교와 교육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복합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고 비난을 받는 ‘소시얼 세큐리티’와 복지부, 그리고 아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는 학부모와 같은 집단들은 제각기 남의 탓을 하고 있다.
원인과 정체파악이 잘 되지도 않는 ‘무단결석’이라는 ‘괴물’ 앞에서 영국사회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 과거에는 무단결석이 많지도 않았고, 그것으로 인한 폐해도 그다지 심각하게 인식되지도 않았으며, 또한 사람들도, “그것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것이라”는 가벼운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무단결석’ 이라는 것을 해결하고자 시작하다 보니 그것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거대한 괴물 이였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새롭게 시작하는 시도로서는, ‘상습 무단결석 아동’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학교, 학부모, 경찰, 지방교육청 산하 청소년 복지부, 4명의 관계자가 모여서, 제각기 역할 분담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개별아동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