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대학의 이른바 '내신 무력화 시도'와 이에 대응한 정부의 초강경 제재 방침으로 불거진 '학생부 논란'은 기본적으로 대학의 '학생부 불신'에 원인이 있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의 가장 큰 핵심이 바로 '학생부 강화'이고 대학들도 그동안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하지만 지역 간, 학교 간 학력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게 현실인데다 학생부 기록의 공정성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이면 우수 학생을 제대로 선발할 수 없다는 게 대학들의 솔직한 얘기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일부 대학들의 경우 학생부 기본점수를 높이는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학생부 실질반영률을 낮춰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학들이 일반적으로 학생부 실질반영률을 산정하는 방식은 학생부 반영점수에서 기본점수를 뺀 점수를 전체총점에서 기본점수를 뺀 점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하는 것이다.
즉 총점 1천점 만점에 학생부 반영점수가 500점이고 기본점수가 400점이라면 실질반영률은 '(500-400)/(1000-400)x100'으로 계산해 16.7%가 되기 때문에 명목상 반영비율 50%과는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
실제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각 대학의 학생부 실질반영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 될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일부 사립대들이 내신 기본점수를 490점 이상으로 주고 있고 기본점수 490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실질 반영비율은 '(500-490)/(1000-490)×100'으로 계산돼 약 2%에 불과하게 된다.
실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2007학년도 정시모집의 경우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학생부 실질반영률은 연세대 11.7%, 고려대 7.4%, 성균관대 5%, 경희대 4.8%, 한양대 4%, 한국외대 3.5%, 중앙대 2.5% 등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식의 '편법'은 이제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다.
2008 대입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각 대학에 학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일 것을 권고해왔고 대학들도 협조를 약속한 상태에서 여전히 높은 기본점수를 동원하거나 등급 간 격차를 두지 않는 방식으로 실질반영률을 낮춘다면 결국 학생과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학생부 반영률 개념 및 산정 방식에 따른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당초 발표한 전형요소별 반영비율과 실질반영률을 일치시키라"고 각 대학에 요구하고 이에 반할 경우 재정지원과 연계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또 반복되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는 전형요소별 실질반영비율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확히 공개토록 할 방침이다.
조만간 대학들과 협의를 거쳐 학생부 실질반영률 산정방식도 하나로 통일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수능, 논술의 기본점수도 함께 높이는 방법으로 학생부의 실제적 영향력을 높이는 산정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부 반영점수 500점, 수능 400점, 논술 100점으로 총점 1천점이고, 학생부 기본점수 400점, 지원자중 수능 최저점 300점, 논술 기본점수 80점의 경우 학생부 실질반영 비율은 '(500-400)/(1000-400-300-80)×100'으로 45%가 된다.
똑같은 방식으로 학생부 기본점수가 490점이라면 실질 반영 비율은 8% 수준이 된다.
그러나 현재 각 대학은 수능과 논술의 경우 기본점을 아예 주지 않거나 낮게 책정해 놓은 상태에서 학생부에만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기본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해 학생부의 실제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 김규태 대학학무과장은 "학생부 기본점수를 아예 주지 말라, 또는 어느 정도로 줘라라는 식으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본점수를 굳이 높게 줘야 한다면 수능, 논술 등 타 전형요소의 기본점수도 높임으로써 형평을 맞춰 결과적으로 학생부 영향력이 50%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