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베이비붐' 세대 교사 수백만 명이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다 '낙제생 없는 학교 만들기(No Child Left Behind)' 정책 도입으로 교사 자격 기준이 강화되면서 미 전역의 학교들이 교사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40여 년간 공립학교 교사 300만 명 중 4분의 3 이상이 여성으로 이들은 두터운 교사 인력 공급층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이들은 더 매력있는 직업을 찾아 떠났다고 신문은 밝혔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리처드 J. 머네인 교수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교직에 진출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교직 희망자들도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또 이들마저도 다른 기회가 많다 보니 교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머네인 교수가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대학 졸업생 가운데 교사가 되려는 여성의 수는 현저하게 감소했다. 실제로 메릴랜드 대학이 2004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64년에서 2000년 사이 학사학위를 소지한 여성의 수는 3배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교직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은 50%에서 15%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1964년에는 여교사 10명 가운데 5명은 고등학교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었지만 2000년에는 그 비율이 10명 가운데 1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연방정부가 '낙제생 없는 학교 만들기' 정책의 일환으로 교사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서 정책에 부합하는 자격을 갖춘 교사를 찾아 채용하기는 더욱 힘들어진 실정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과거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교사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학사학위와 교원 허가증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교단에 설 수 없다. 또한 박봉도 교사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석사학위를 받은 20년차 여교사의 경우 연봉은 8만5천달러에 불과하다.
전국수학교사협회는 2015년까지 28만명의 수학ㆍ과학 교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좀 더 경쟁력을 갖춘 수준으로 급여를 인상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로 젊은 교사들의 이직률도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교육정책지원센터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신임 교사들의 약 3분의 1이 3년 안에 교단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이 지나면 이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미국교사연맹(AFT)의 리첼 패터슨은 "직업 간 이동은 현대 노동시장의 특징"이라며 "새로운 교사들을 충원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