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말도 안 되는 요구나 항의를 일삼는 부모 때문에 일본 전국의 공립 초․중학교와 교육위원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유명 일간지가 전국의 도부현청 소재지와 정령시, 동경 23구 등 67개 교육위원회를 대상으로 공립 초․중학교 학부모의 항의에 대해 질문한 결과, 40개의 교육위원회가 ‘일방적인 요구와 문제행동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들 40개 교육위원회 중 18개 교육위원회는 벌써 불평, 불만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전문 직원의 배치나 교원 연수와 같은 대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정부의 교육재생회의도 제 2차 보고에서 전문가 팀을 설치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어 부모의 항의에 대한 대처가 교육현장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 예를 보면 ‘집에서 청소를 시키지 않고 있으니 학교에서도 시키지 말아 달라’ ‘(자신의 아이와 싸웠던) 상대 아이를 전학시키거나, 등교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등 자신의 아이만 소중하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무리한 요구가 압도적이다. 또한 학습이 부진한 중학생에게 초등학생 문제를 풀게 한 데 대해 ‘아이가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았다’며 항의하거나, 자신의 아이의 부주의로 일어난 자전거 사고인데도 ‘학교의 지도가 형편없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예도 눈에 띈다.
그래도 교사나 학교에 직접 항의를 하는 경우는 좀 나은 경우다. 학교 현장을 건너뛰어 곧바로 교육위원회나 문부과학성에 메일이나 전화로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어떤 교육위원회에서는 항의 전화로 장장 여섯 시간이나 통화했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더욱이 여기에 폭력단 등을 이용해 압력을 가하는 경우까지 있어 우려의 목소리를 자아내기도 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하며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모두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 대해 ‘사실을 공표하는 것으로 당사자가 재차 항의를 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응답을 회피한 교육위원회도 있다.
한편 18개 교육위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항의에 대한 대책 내용을 보면 ▲관리직과 교무주임을 대상으로 연수 실시(사가시) ▲교육위원회에 부모 대응의 전문 직원 배치(나라시) ▲정도가 지나친 경우는 경찰과 연계(나고야시) 등이다. 그 밖에 문제행동을 일으킨 부모를 정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임상심리사와 협력하여 대응한다’(동경도강동구)라고 하는 교육위원회도 있다. 또 동경도 미나토구에서는 이 달부터 항의에 대해 학교가 변호사와 상담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교육재생회의도 제 2차 보고에서 정신과 의사나 경찰관 OB등이 학교와 보호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는 ‘학교문제해결 지원팀(가칭)’을 각 교육위원회에 설치할 것을 제언하고 있어 향후 전개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의 글을 올리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가운데는 정말 개선의 바람으로 심사숙고한 끝에 올린 글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혼 좀 나봐라!’라는 식의 조금은 불순한 의도의 내용도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일본은 이 외에도 ‘급식비를 낼 수 있는데도 내지 않는다’라고 떳떳이 말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이유는 ‘의무교육이니 급식도 당연히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급식비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학생에게 급식을 중단하지는 못하니 전국적으로 미납된 금액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급식 신청에 있어 ‘연대 보증인 제도’를 실시하는 교육위원회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학교교육이 갈수록 힘들어 진다는 느낌이다. 부모가 어떤 이유로건 항의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 교사와 학교는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다. 타당한 이유의 항의라면 교사나 학교도 당연히 시정을 하여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극히 지엽적이고 이기적 사고에서 비롯된 항의는 교사와 학교를 힘들게 하기 이전에 결국 아이들 의 교육에 지장을 주는 것임을 부모들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