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의 학교들에서도 '다언어교육'이 새로운 추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영어구사를 못하는 외국학생들이 뒤쳐지지 않도록 그들의 언어로 개별과목을 가르치는 보충적 의미의 교육방식과는 달리, 영어 구사자와 비영어 구사자가 한 데 섞여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습득하는 방식이다.
여러 언어를 동시에 학습함으로써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아이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취지이지만 다언어 습득 자체가 아이들의 두뇌계발 촉진에도 기여한다는 점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 "미국인도 세계와 경쟁하려면 언어능력 키워야" = 뉴욕에 사는 프랑스 외교관 파브리스 조몽(35)은 뉴욕 브롱크스 내 빈민가에 있는 조던 L. 모트 공립중학교에서 불어를 통한 과학수업 등 다언어수업을 올해 가을 학기부터 맡을 예정이다.
조몽은 "미국인들 역시 세계와 경쟁해야 하고, 언어 능력에서 뒤쳐져선 일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올 가을 뉴욕에서는 조몽이 맡게 될 과정을 포함, 불어를 통한 다언어교육 과정 3개와 중국어를 통한 과정 1개 등 네 개의 과정이 새로 개설된다.
또한 중국 표준어를 주로 사용하는 맨해튼 남동지구의 슈앙웬 아카데미는 중국계가 아닌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입학하기 위해선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할 정도다.
이는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외국어를 통한 수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 교육 추세의 일부분일 뿐이다.
뉴욕에서만 67개의 다언어교육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으며 1만명 이상이 이 같은 교육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2004년 51개와 비교할 때 증가한 것이다.
올 가을 수십만명의 학생이 스페인어와 히브리어, 아이티의 크리올어, 한국어 등 외국어를 통한 정부 보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전망이다.
응용언어학센터는 다언어교육 이수 학생의 숫자가 10년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상황이라고 추산했다.
◇ "다언어교육 자체가 성적 향상에 기여" = 모트 중학교의 파멜라 크루즈(11)는 이미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하지만 학교에서 불어로 사회과학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과테말라에서 이민 온 파멜라의 아버지 에니오는 "그녀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직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공식 외교언어로의 지위를 영어에 내준 불어를 배우기 위해 국가의 세금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에 대해 모트 중학교의 시몬 워론커(38) 교장은 "아이들은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연관관계를 습득하며 정신적으로 더욱 빠른 성장을 보인다"며 "외국어를 배운 학생은 다른 과목에서도 우수함을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