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이른 아침부터 교문 앞에 서있던 대전 신일여고(교장 정인득)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최근 발표된 제49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 학교 졸업생 양선화 씨가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14년 전인 1994년 대전 신일여상(현 신일여고)을 졸업한 양 씨는 ‘상업계고 출신 사시 합격자’로 발표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13년 만에 모교를 찾은 그녀는 마중 나온 후배들과 선생님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환영해주실지 몰랐어요. 선생님들을 다시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
졸업 후 서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업무보조로 일하던 그녀는 변호사들의 전문적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자신도 남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등록해 꿈을 키우던 그녀는 2000년 졸업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몇 차례의 불합격과 고비도 있었다. 그러나 양 씨는 말 그대로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공부에 매진했다. 하루하루 전날보다 더 많이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스톱워치로 시간까지 재가며 공부했고, 마침내 6년 만에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됐다. “노력 없이는 얻는 것도 없죠. 공부하면서 힘들 때는 ‘지금 힘든 만큼 성공에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신일여고는 이날 양 씨에게 ‘자랑스런 신일인상’을, 양 씨의 어머니에게 ‘장한 어머니상’을 수여했다. 이어서 열린 특강을 통해 양 씨는 후배들에게 짚신과 우비를 파는 두 아들을 둔 아버지의 일화를 예로 들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살라”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생각은 운명도 바꿀 수 있어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저도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자신감 덕분에 이렇게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상을 졸업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모교가 없었다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학교는 제게 공부할 수 있는 저력을 길러주셨어요. 후배 여러분들도 꼭 그 저력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특강을 마친 양 씨는 후배들과 선생님들을 향해 큰절을 올려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녀는 이날 평소 감명 깊게 읽었다는 ‘어린왕자’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20권을 모교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학교 조용순 교사는 “선화에게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가 20년 교직생활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좋은 법조인이 돼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3 담임이었던 김승희 교사도 “아이들에게 선배를 본받아 인생을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라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면서 “선화가 학연에 구애받지 않고 지금처럼 당당하게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