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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부모·주민 ‘전교조 교사 전보’ 서명운동

1600명 동참 “명분 없는 반대 용인 못해”

“지난 몇 년간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2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연습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체조관을 건립하자는 것이 도대체 뭐가 잘못입니까.”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에서는 주민들의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주민들의 서명을 받은 ‘영남중학교 체조부 육성 및 체조관 건립에 관한 동의서’에는 “영남중학교에서 체조부 육성을 추진하던 중 일부 전교조 소속 P, Y 선생님 등이 중심이 되어 선생님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진을 방해하고 있는바…(중략)…교육과 지역사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교사들입니다…(중략)…이를 반대하는 교사들이 영남중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학부모님들의 동의를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학부모와 주민들이 ‘지역사회 발전’을 언급하며 대대적으로 전교조 교사들의 전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영남중 인근에 위치한 대동초 체조부는 국가대표를 비롯한 체조 꿈나무들을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부교육청 관내(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에는 전용 체조관을 가진 중학교가 없어 대동초에서 체조실력을 다진 졸업생들이 대부분 3시간 거리의 강동구 오륜중학교로 진학을 하는 실정이다.

장거리 통학 때문에 이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가정 형편상 이사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린 학생들이 연습과 통학에 의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안타까워한 지역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대동초와 가장 가까운 영남중학교에 체조관을 설립해줄 것을 교육청 등에 요청해왔다.

영남중 학운위는 작년 7월에 회의를 열고 체조관 건립이 확정됐음을 보고했고 9월에는 시교육청의 예산지원이 결정됐다. 그런데 12월에 열린 체조관 건립 설명회 자리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교실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체조관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학운위가 정해진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소수의 학생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낭비”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날 설명회장에는 학부모 수십명이 참관했으며 일부 학부모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위해 체조관을 짓게 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교사들은 남부교육청 앞에서 건립 반대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시설물 건립은 학운위 심의사항도 아닌데 전교조 교사들이 5개월이나 지나서 학운위 심의절차를 문제삼고 있다”며 서명운동을 통해 해당 교사들의 전보를 요청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지역주민들도 서명운동을 거들고 나섰다. 대림동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전교조 교사들의 행태에 지역주민들이 크게 분노했다”면서 “학생들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낭비라고 한다면 누가 체육특기자를 양성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아이들이 몸에도 맞지 않는 대동초 시설을 빌려쓰거나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으로 연습하러 가야하는데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줄 형편이 못되는 학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느냐”면서 “왜 전교조 교사들은 환경이 열악한 동네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 1600여명이 서명한 동의서가 학교에 전달된 상태이며 이후에도 전교조 교사들이 또다시 같은 이유로 발목을 잡는다면 대림동 일대 7만 주민 전체 서명이라도 받겠다는 입장이다.

남부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회를 열고 설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체조관 건립은 이미 확정된 사항으로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면서 “부족한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오는 7,8월쯤이면 공사가 착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민들이 전보를 요구하고 있는 이 학교 전교조 소속 교사는 지난달 28일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의견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학교에서 내쫓으려 한다는 것은 학교 공동체에서 있을 수 없는 폭력”이라며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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