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맞춰 영어교육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웃나라 중국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해 우리나라가 영어교육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확대 실시하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에서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이 실시되고 있으며 농촌을 비롯한 낙후된 지역에서는 교사자원의 부족 등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인해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일부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중국의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구촌의 표준어는 영어이고, 30년 후 중국의 미래는 현재의 초등학생에게 달렸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영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 하에 2001년 교육부가 9월 신학기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도록 하면서 영어가 초등학교 정규 교과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행 영어교육과정에 따르면 4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주당 영어수업시수는 120분 미만이 되어서는 안 되며 여건이 좋은 지역 및 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이에 베이징, 상하이 등 몇몇 대도시에서는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홍콩의 경우 특수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초등학교에서는 한 시간에 35분씩, 일주일에 7~9시간의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형편이 좋은 학교의 경우에는 원어민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영어교재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한국과는 달리 영어교육전문가와 초등학교 교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개발한 다양한 검인정 교과서가 지역 및 학교의 실정에 맞게 선택되고 있다. 교과서의 내용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주고 실생활에서의 활용에 도움이 되도록 말하기와 듣기, 노래, 놀이, 표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현실과 실용성을 고려해 개발한 영어교재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100% 교사들이 교재가 말하기 능력을 배양하는데 도움이 되고 90%가 교재의 소재가 실생활과 관련이 있다고 응답했다. 82%의 학생들도 영어교재가 흥미 있게 만들어졌다고 응답할 정도로 질적인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초등학교는 교사들이 각기 전담교과를 가지고 가르치는 특성상 영어 역시 초등교사 양성기관에서 영어를 전공한 교사들이 영어를 전담하고 있다. 현재 초등 영어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은 4년제 대학인 사범대학과 2,3년 과정인 사범전문학교 등이 있는데, 베이징시의 경우 수도사범대학 내의 단과대학인 초등교육학원에서 초등영어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중국은 영어교사의 자질강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영어담당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초등 영어 교사들 중에는 아직도 4년 과정이 아닌 사범전문학교 출신의 영어비전공자들이 많다. 베이징시는 이들을 교사 재교육을 담당 기관인 사범대학교육학원, 사범대학성인교육학원, 교사연수학원, 방송대학 등에서 보통 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연수를 받게 한 후 일정한 시험을 거쳐 초등학교 현장에서 영어교육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영어교사에 대한 엄격한 실력검증도 실시하고 있다.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등 유수한 대학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시의 하이뎬취(海淀區)의 경우 현직 영어교사는 반드시 영어회화시험 6급 이상을 받아야 그 자격을 유지할 수 있으며 새로 선발되는 영어교사는 반드시 6급 이상의 영어회화시험 성적과 대학영어 4급 이상의 시험성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채용될 수 있다.
이처럼 중국 초등학교의 영어교육 강조는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인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한편으로는 조기영어교육 과열로 인한 부정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영어자격증 취득 열풍이 불자 2007년 4월에는 중국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영어자격증 취득을 위한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의무교육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전국영어등급시험(PETS)에 참가할 수 없도록 지방교육청에 지시한 바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지나친 영어교육이 모국어 사용능력의 저하와 학생들 정서의 ‘탈중국화’를 부추긴다고 보고 대학생들에 대한 중국어 교육과 더불어 중국 전통문화교육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조기영어교육 강화’와 ‘교육본연의 목표 달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에는 이미 중국의 조기영어교육이 과열된 상태여서 이를 수습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