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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등록금때문에 '신불자'된 총학생회장

한 해 700여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했다가 이를 제때 갚지 못하는 바람에 충북 한 대학의 총학생회장과 그의 어머니가 한꺼번에 신용불량자가 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건국대 충주캠퍼스 총학생회장 임재영(27.국어국문4)씨는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6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 차례 장기 휴학을 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집 인근에서 치킨가게를 하던 홀어머니(62)와 함께 넉넉지 않은 집안을 그럭저럭 꾸려왔으나 1998년 갑자기 찾아온 'IMF'라는 태풍은 당시 여느 중산층 가정처럼 임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어머니는 사업이 망한 뒤에도 할 일을 제대로 찾지 못했고 결국 임씨는 2000년 어머니가 은행 대출을 통해 마련한 학비와 등록금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직업이 없던 어머니는 대출한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임씨가 군대를 간 사이 신용불량자가 됐고 결국은 그 동안 살던 사글세 집까지 뺀 뒤 받은 보증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주민등록번호까지 말소한 뒤 친구 집에서 얹혀 살며 채무자를 피해다니는 신세가 됐다.

2004년 전역한 임씨는 이 때부터 어머니가 얻어 준 월세 10만원의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임씨는 복학할 때까지 1년 동안 일용직 노동부터 타일회사, 옷가게 등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중노동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지만 그 전에 대출한 원금을 갚고 어머니와 자신을 위한 생활비를 대느라 등록금 마련은 언감생심이었다.

그 사이 학비 인상은 계속됐고 임씨는 또 다시 2% 저리의 학자금 대출을 받아 복학을 한 뒤 연이은 학기에서도 학자금 대출로 학비를 충당해야 했다.

임씨는 "대출을 받지 않고 학비를 마련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한 학기 300만원에 이르는 학비를 자력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2006년 임씨는 학자금 대출을 위해 은행을 갔다 절망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 동안 빌려 쓴 돈에 대한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임씨 자신도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서 더 이상 학자금을 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임씨는 결국 휴학계를 낸 뒤 또 다시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현재는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해 번 돈으로 간신히 이전 학자금에 대한 이자만을 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임씨가 겪어야 했던 경험은 임씨의 사고 자체를 크게 바꿔놓았고 결국은 등록금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에 총학생회장에 출마했다.

임씨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대학 등록금 폭등이 더 이상 너와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다"며 "학비를 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많은 서민층 학생들을 위해서 재임하는 동안 대학 등록금 문제만큼은 꼭 직접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cielo7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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