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18일까지 2주일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양회(兩會)’라고 불리는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大)와 전국정치협상회의(全國政協)가 동시에 열렸다. 매년 3월, 전년도의 국가업무를 돌아보고 해당년도의 정치업무를 계획하기 위해 열리는 이들 회의는 중국에서 가장 큰 국가 정치행사다. 여기서는 중요한 국가 업무들이 논의되는데 교육문제 역시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올해 ‘양회(兩會)’의 논의 사항 가운데 교육문제와 관련하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교육공평(敎育公平)’이라 불리는 교육 받을 권리에 있어서의 평등문제이다. 교육공평과 관련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주요 내용은 교육자원 배분의 불공정 문제, 교사의 질의 차이로 의한 교육의 격차 해소 문제, 농촌 및 농민공(農民工) 자녀들에 대한 교육의 기회 및 의무교육 확대 보급 문제 같은 것들이다.
3월 5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에서 국무원 총리 원쟈바오(溫家寶)는 정부업무 보고를 통해 앞으로 중국정부는 교육부문에 존재하는 이와 같은 불평등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날 원쟈바오 총리는 교육 발전을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킬 것임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중국 정부는 국민이 만족하는 교육의 실시를 통하여 중화민족의 소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언급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의 도시와 농촌에서 완전한 의무교육, 즉 잡비나 교재비가 필요치 않은 명실상부한 의무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정부는 농촌의 의무교육 확대를 위해 필요한 공공비용을 계속적으로 증대시키고, 빈곤한 농촌 출신의 기숙(寄宿)학교 학생의 생활비와 보조금의 표준을 현실에 맞도록 높이도록 하였다. 또한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가 도시로 들어가 일을 하는 농민공(農民工) 자녀들이 평등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아울러 취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특히 의무교육의 확대와 관련하여 원쟈바오 총리는 올해 가을부터는 도시까지 의무교육에 있어서의 학비와 잡비를 전면적으로 면제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둘째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직업교육의 관리, 학교 운영, 투입 등 체제개혁을 심화하는 동시에 높은 소질을 가진 기능형 인재를 양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구가 많고, 학생들이 많은 중국에서 실질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교육방법 가운데 하나가 직업기술교육이다. 이는 고등학교 또는 초급 대학 과정에 전문적인 기술교육을 실시하는 직업교육학교를 개설하여 돈이 없어 대학갈 형편이 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이들이 앞으로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술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중국 교육에 있어서의 핵심과제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기술교육은 그동안 예산 문제 등의 원인으로 제대로 실시되지 못했는데, 원쟈바오 총리의 이번 언급을 통해 정부는 앞으로 직업기술교육을 위해 많은 실질적인 노력과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의 대학에서는 지속적으로 학과의 전공을 특화한 중점학과의 설립을 추진하고, 이와 더불어 대학의 신입생 모집에 있어 계속적으로 서부지역 출신들을 배려하도록 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대학생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각 대학은 그에 맞는 실력 있는 학생의 양성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최근 중국정부는 교육개혁을 통하여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중요한 내용이 바로 학과의 전공을 특화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중점학과(重點學科)를 양성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바로 서부지역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서부지역에 대학을 더 세우고, 대학의 신입생 모집에 있어서도 서부지역 출신 학생들에 대한 우대 조치를 통하여 이들이 좀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서부지역 대학생들에 대한 우대는 단순히 이들에 대한 대학입시에서의 우대가 목적이 아니라 이들이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출신지에 돌아가서 지역경제발전에 공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방인재양성이라는 국가목적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원쟈바오 총리는 이와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 각 교육부문에서 반드시 완수해야 할 다음의 3가지를 요청하였다.
첫째, 소질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교육개혁을 추진하여야 한다. 소질교육의 전면적인 실시를 위해 교육의 내용과 방법, 시험과 신입생 모집제도, 평가의 질 개선과 관련한 제도에 대한 개혁을 심화하도록 하는 동시에 초중고 학생들의 수업과 과제에 있어서의 부담을 확실히 줄이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교사, 특히 농촌지역 교사의 수급을 강화하기 위하여 이들 지역 교사들의 월급과 보너스제도를 합당하게 재정비하여야 한다.
셋째, 교육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2008년 중앙정부의 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지난해의 1076억 위엔(한화 약 15조원)에서 1562억 위엔(약 23조원)으로 늘리도록 하였으며, 지방정부 역시 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처럼 최근 중국에서는 교육개혁과 더불어 중국 교육현장에 잔존하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 해소가 중요한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교육의 확대를 위한 노력에만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이던 중국정부 역시 이제는 교육기회의 평등이라는 주제로 교육정책을 전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