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중이던 정청래 통합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이를 제지하던 교감에게 폭언을 해 교권을 침해한 사건에 대한 관할 교육청의 적절치 못한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다.
2일 서울 서교초 녹색어머니회 행사에 참가하려던 정 의원을 이 학교 교감이 제지하자 "교감의 태도가 건방지다"며 "교장, 교감 다 잘라버리겠다"는 정 의원의 발언이 사건의 발단이다. 이 같은 교권침해 사건에 대해 관할인 서부교육청(교육장 류연수)은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피해자인 교감에게 되레 경위서를 요구해 교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서부교육청은 사건 당일 정 의원이 교육장에게 전화 해 "교감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전화를 받은 뒤 "어떻게 된 일이냐"며 해당 교감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본말을 잘 파악하기 위해 경위서를 요구했다지만 교원들은 경위서 요구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서부교육청 관내 한 교사는 "경위서 자체가 사실상 징계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경위서를 요구하면 자존심도 상하고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서부교육청은 해당 교감이 사건의 전말을 경위서에서 자세히 밝혔음에도 교감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입 막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는 "반론보도요청서를 교육청이나 학교에 배포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출입기자에게 보냈다"며 "이마저도 급하게 작성하다보니 배포자가 서울시교육청으로 나가게 됐고, 교육청에 민주당 출입기자들이 전화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반론보도요청서라는 것도 반론보다는 정 의원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교육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교총은 4일과 성명을 발표해 해당의원의 사과와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또 교감에게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8일에는 의혹을 밝힐 것을 주문하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교권 수호의지를 천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 의원과 관할교육청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가 국회의원이나 시, 구의원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학교 공사나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에 정치적 영향력이 좌우되다보니 학교가 정치인들과 갈등관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이런 맹점이 작용된 것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정 의원 측이 "교육청에 이야기해 학교로 떨어지는 돈을 다 끊어버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시교육위원은 "교육자로서 잘못된 일에 당당하게 맞섰으며 좋았겠지만 관리자로서, 교육행정가로서 어려움이 충분히 이해된다"며 "교육이 진정으로 자치를 이루고 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