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와 함께 새 정부에서는 교육과정 선진화를 교육과정 개혁의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개혁을 위해서는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세계 각국의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는 필수불가결합니다. 본지는 이에 교육과정평가원 국제교육연구-사업팀과 공동으로 세계 주요국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탐색, 새 정부의 교육과정 선진화 정책 수립 및 추진에 의미 있는 논의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세계의 신(新) 교육과정’을 기획합니다. ‘세계의 신(新) 교육과정’은 영국-일본-캐나다-프랑스-독일-중국-미국-러시아 등의 순으로 8회에 걸쳐 매달 1회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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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연구 후 2개월간 컨퍼런스 등 420여회 걸쳐
여론 수렴 한 중등교육과정, 올 9월부터 적용 돼
교과별 아닌 ‘전 과목 공통 학습 프로그램’ 첫 제시
‘개인복지’ ‘경제복지와 재정능력’ 법정외 교과 신설
영국(이 글에서는 영국(The UK)을 구성하는 잉글랜드(England), 스코틀랜드(Scotland), 웨일스(Wales),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 중 잉글랜드만을 다루기로 한다.)의 교육과정은 전통적으로 개별 학교 및 교사와 교사 단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학업성취도 및 공교육 전반에 대한 불만과, 지엽적으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운영되던 교과과정을 국가적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여, 1988년 처음으로 국가교육과정(National Curriculum)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1991년, 1995년, 2000년, 2003년 등에 걸쳐 부분 또는 전면적으로 국가교육과정이 개정됐고, 최근에는 2007년에 우리의 중등교육에 해당하는 Key Stage(Key Stage는 1~4까지로 구성되며, 1은 1, 2학년(5~7세), 2는 3~6학년(7~11세), 3은 7~9학년(11~14세), 4는 10, 11학년(14~16세)을 말한다)3과 Key Stage 4의 교육과정이 개정돼
올해 9월부터 단계적으로 일선 학교 현장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영국의 교육과정은 다양한 절차와 검증을 거친 후 고시되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적용된다. 이번 국가교육과정 개정의 과정을 예로 들면, ‘자격인증 및 교육과정원(Qualifications and Curriculum Authority: QCA)’은 2005년 3월 교육부(현재의 Department for Children, Schools and Families: DCSF) 장관으로부터 개정 요청을 받았다. QCA는 ‘1997년 교육법령(Education Act 1997)'을 근거로 설립된 비정부공영기관(Non-departmental public body: NDPB)으로, 교육과정‧평가‧자격인증에 관한 상시적 검토와 연구‧개발 및 수행 후 관련 정보를 교육부장관에 제공하고 일선학교에 보급하는 등 영국 교육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교육부로부터 개정 요청을 받은 QCA는 교육과정 개정의 의도와 방향이 대략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언론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일반에 공개하고, 교육부와 협의해 개정 일정 등의 세부 내용이 담긴 국가교육과정 개정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QCA가 상시적으로 해오던 교육과정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2005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년간 학교 방문을 비롯, 컨퍼런스, 포럼, 세미나 등의 다양한 방식의 비공식 공청회를 개최해 교육계와 사회 각층의 의견 수렴을 한 뒤, 2006년 5월에 국가교육과정 개정 초안을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했다. 이렇게 제출한 초안을 바탕으로 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친 수정안을 같은 해 9월에 다시 교육부장관에게 보고했는데, 이때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범적으로 적용한 실험학교의 운영 결과 내용이 추가적으로 포함됐다.
2007년 2월부터 4월 사이에는 공식적인 공청회가 개최됐고 개정 시안(총론 및 각론)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이 기간 중 QCA는 컨퍼런스 200회, 세미나 224회 등 다양한 형태의 공청회를 통해 총 1만613명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고, 온/오프라인 설문조사 및 전화인터뷰를 통해 총 1891명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된 최종 보고서가 2007년 6월에 교육부장관에게 보고됐고, 교육부장관이 확정하고 국회에서 승인한 국가교육과정 개정 확정 고시안이 2007년 9월에 마침내 공표되기에 이르렀다. 이 때 실험학교에서 시행된 교육과정 적용 사례 연구에 대한 결과가 함께 공개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적용될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에서는 크게 목표, 학습 프로그램, 그리고 새로운 학습영역이 눈에 띈다. 먼저 ‘모든 아이들이 중요하다(Every Child Matters)'라는 국가교육과정의 새로운 정책 기조를 제시했는데, 이는 0~19세 어린이와 청소년 등 교육 대상자와 가족, 특히 소수 집단이나 소외 받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국가 공공부문 서비스 향상을 위한 국가정책의 일환으로서, 교육을 통해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be healthy), 안전한 삶을 영위하며(stay safe), 즐겁고 성취할 수 있는 생활을 하면서(enjoy and achieve),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make a positive contribution), 경제적 복지를 달성하도록(achieve economic wellbeing)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배우기를 즐기고, 스스로 향상하고 성취하는 성공적인 학습자(successful learners),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 건강하며, 만족할 만한 삶을 추구하는 신념 있는 학습자(confident individuals),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서의 모범적 학습자(responsible citizens)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전 국가교육과정에서는 교과별 프로그램을 제시했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처음으로 전 과목 공통의 학습 프로그램(programme of study)을 제시했다. 이는 각 교과별로 지향해야 할 지식과 기술의 범위를 정의하고 있는데, 공통 구조로서 해당 교과를 학습해야 할 중요성과 학습 후 기여도를 기술한 ‘과목의 중요성(Importance statement)', 해당 교과의 주개념인 ’핵심 개념(Key concepts)', 주요 과정이 설명되는 ‘핵심 과정(Key process)', 교사가 다뤄야할 폭과 이에 대한 설명인 ’영역과 내용(Range and content)', 그리고 더욱 폭넓은 교육과정으로의 연계와 학습을 강화하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계기를 규명하는 ‘교육과정 계기(Curriculum opportunity)' 등이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여 실용적이고 새로운 학습영역을 도입했는데, ‘개인 복지(Personal wellbeing)'와 ’경제 복지와 재정 능력(Economic wellbeing and financial capability)' 등의 영역을 법정 외 교과로 신설, 국가교육과정에서 큰 틀의 지침(guideline)을 제시한 후 지방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 자유롭게 교육 내용을 다룰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들 교과는 이전 교육과정의 개인과 사회건강, 경제 교육, 성 교육, 진로 교육, 직업 교육, 사업 및 근로 현장 연계 학습 등의 교과를 통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학교의 형태(지역사회학교, 재단설립학교, 특별학교, 종교단체운영학교 등 설립주체와 운영 목적에 따른 다양한 초중등 학교)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는 공통의 국가교육과정으로는 먼저 Key Stage 3의 미술과 디자인, 시민교육, 디자인과 기술, 영어, 지리, 역사, 정보통신기술, 수학, 현대외국어, 음악, 체육, 과학 등이 있고, Key Stage 4에서는 시민교육, 영어, 정보통신기술, 수학, 체육, 과학 등이 지정돼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개정 국가교육과정은 올해 9월, 새 학년이 시작되는 Key Stage 3 학생들로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이렇게 적용될 교육과정의 결과는 해당 학생들이 3년 뒤에 치르는 전국 학력평가를 통해 가늠이 될 것이다. 아울러 올해 11월을 기한으로 2년간 초등학교 교육과정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1차 조사 연구 보고서가 지난해 11월에 발표됐고, 이를 바탕으로 아동 교육 및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 프로그램인 ‘The Children's Plan' 비전이 제시된 초등학교 교육과정개정계획안을 2007년 12월에 교육부가 발표했다. 따라서 Key Stage 1과 Key Stage 2에 해당하는 교육과정 개정 작업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