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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촌지

“선생님 언제 오슈?” “선생님 왜 안 오슈?”

언제나 그렇듯 나의 가정방문을 애타게 기다리는 학부형이 있다. 그 분과의 인연이 벌써 11년째. 11년째 그분은 나의 학부형이고, 나는 선생님이다.

11년 전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은서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아이는 깡마른 6학년 학생이었고, 난 새내기 보건교사였다. 은서의 어머니는 정신지체를 앓고 있어 더 애착이 갔다. 내 아이 같은 맘으로 혹이나 잘못 될까봐 늘 걱정이 돼 잔소리꾼 선생님이었던 내게 원망도 많이 했을텐데 은서는 이젠 어엿한 예비교사가 됐다.

은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친정엄마와 함께 안성으로 향했다. 은서 어머님은 만나자마자 내 손을 잡고 나가자고 재촉하신다. 선생님을 만난 어린 아이처럼 정신지체인 어머니의 행동은 더욱 천진하고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함께 나와 논두렁에서 미나리를 뜯고, 쑥을 캤다.

“이거 다른 사람이 못 갖고 가게 내가 선생님 줄려고 지키고 있었슈.”

미나리가 어느새 봉지에 하나 가득 넘쳤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이런 귀한 것 주셔서 감사해요. 주변 분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께요.”

은서 어머니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사라지셨다가 조그마한 그릇을 가져와서 내미신다. 그 안에는 씀바귀가 가득 들어있었다.

“산에 가면 산나물도 캐서 드릴께요. 또 오슈.”

들고 간 손이 무색 하리 만큼 나는 더 큰 선물을 받고 돌아왔다.

무엇하나 제대로 해준 것 없는 미약한 교사에게 늘 감사하다며 주신 이 귀한 것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돌아오는 내내 차안 가득히 퍼지는 돌미나리 향기와 은서어머님의 사랑에 흠뻑 취한 나를 보면서 말씀하신 친정엄마의 한마디.
 
“세상에서 제일 값비싼 촌지 한번 거창하게 받았구나. 앞으로 똑바로 더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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