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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민족교육' 지나쳐 배타적 애국심

최근 티베트 사태와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계기로 중국 젊은이들의 애국주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유럽과 서울에서의 성화 봉송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 유학생들의 조국에 대한 과도한 애국심과 외국 세력에 대한 극단적인 배타성은 그동안 말로만 듣던 신중화주의와 중국 위협론을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같은 배타적 애국심은 그동안 중국 교육에서 강조해온 ‘애국주의교육’과 ‘민족단결교육’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제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하여 몸 바쳐 일하려는 사상’을 의미하는 애국주의(patriotism)는 다민족국가인 중국의 국가통합을 위한 중요한 통치이념이다. 중국의 애국주의는 주류 민족인 한족 및 55개 소수민족을 아우르는 통일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대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사상이다. 애국주의는 1990년대 동구권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서방세력의 중국에 대한 견제와 간섭이 심해지던 시기에 약화된 사회주의 사상을 대신할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이에 대한 범국민적인 교육을 강조하게 되면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애국주의교육은 1994년 8월 중국정부가 발표한 ‘애국주의교육 실시 강요’(愛國主義敎育實施綱要)에 그 내용이 잘 나타나있다. 이에 따르면 애국주의교육은 ①중화민족의 유구한 역사에 대한 교육 ②중화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 ③공산당의 기본 노선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성과에 대한 교육 ④중국의 국정에 대한 교육 ⑤사회주의 민주와 법제에 대한 교육 ⑥국방교육과 국가안전교육 ⑦민족단결교육 ⑧평화통일 및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침에 대한 교육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애국주의교육은 ‘학생들에게 조국에 대한 깊은 감정, 조국의 영광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정신, 조국을 보위하고 조국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결심과 강한 의지를 배양하는 교육활동’으로 1990년대 이후 각급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현재 중국 초․중․고의 교육과정에는 애국주의가 핵심 교육이념으로 자리하고 있다.

민족단결교육은 통일된 하나의 중국을 구성하는 중화민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시하는 교육이다. 민족단결교육도 1994년부터 전국의 초․중․고에서 일제히 시작된 사상교육이다. 이후 21세기 들어 일부 소수민족지역에서 종교 및 민족적인 문제로 분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에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민족분열을 조장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자 중국정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 민족관(民族觀), 종교관(宗敎觀)과 중국 공산당의 민족, 종교정책에 근거한 민족단결을 위한 교육을 통해 한족과 기타 소수민족을 단결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하게 되었다.

현재 민족단결교육은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한족과 소수민족의 학생들을 포함하는 모든 민족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교육 내용은 56개 중국 민족의 특색 있는 역사·문화·종교·풍속 등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룬다. 내용으로는 초등학교에서는 저학년 ‘중화대가정’(中華大家庭)과 고학년 ‘민족상식’(民族常識)이라는 종합실천활동과(綜合實踐活動課)를 설치하여 각 민족의 기본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화대가정’은 학생들에게 민족단결과 관련한 지식을 전달하는 계몽교육이며, ‘민족상식’은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중국의 각 민족과 관련된 상식을 학습하도록 하여 각 민족의 기본상황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심이다.

한편 중․고교에는 ‘민족정책상식’(民族政策常識)과를 설치하여 학기당 8~10시간의 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이 민족정책과 관련한 이론 및 민족상식을 학습해 중국정부의 민족과 종교에 대한 정책을 기본적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마르크스주의 민족이론’과 ‘민족정책’이라는 교과를 설치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민족단결과 국가통일에 대한 사고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각급학교에서 다양한 민족관련 내용으로 실시되고 있는 민족단결교육의 핵심은 ‘한족은 소수민족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며, 소수민족은 한족에서 분리될 수 없으며, 소수민족 간에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싼거리부카이’(三個離不開)이다. 중국 정부는 애국주의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각급학교의 학생들에게 중국 내 여러 민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각 민족을 이해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중국의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이라는 하나의 민족으로 통합되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민족단결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실시한 이 같은 교육은 중국이 외부세력과 갈등을 겪는 시점에서 크게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애국주의적 행동은 세계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되었고, 급기야는 중국 정부가 나서 ‘자기가 있는 곳에서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애국주의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라고 설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5월 3일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베이징 대학 설립 11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제일 먼저 꺼낸 말이 바로 ‘애국주의정신을 드높이자’는 것이었고, 4월초 프랑스에서 성화를 끝까지 지킨 장애인 운동선수 진징(金晶)이 중국 각 대학의 사상정치과목 수업에서 애국주의교육의 모범사례로 인용되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 중국 젊은이들의 애국주의적 행동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되고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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