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학교에서 실험자가 교사들에게 “마기와 막스는 똑똑하고, 에르곤과 마르
타는 머리가 나쁘다”고 귀띔을 해준 뒤 이 말이 낳는 결과를 지켜본다. 사실은 마르타가 마기보다 머리가 좋고 성적도 뛰어났다. 1년 후 성적을 확인해 보니 마기와 막스는 훌륭한 학생이 돼 있었던 데 반해 에르곤과 마르타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교사들이 똑똑하다고 믿은 마기와 막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세세한 지도를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실험이 바로 그 유명한 ‘로젠탈 효과’이다.
# 1995년 미국 스탠포드대 재학생들을 상대로 언어능력을 테스트한 실험이 있었다. 핵심은 피실험 학생 절반에게는 피부색을 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네 개의 집단이 생겼다. 피부색을 질문 받지 않은 흑인과 백인, 피부색을 답변해야 했던 흑인과 백인. 테스트 결과는 놀라웠다. 피부색을 답변해야 했던 흑인 집단의 성적만 눈에 띄게 나빴던 것이다. 이유는? 흑인은 지능이 필요한 과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문제였다.
‘여자아이는 수학을 못한다’ ‘특정 혈액형은 괴팍한 성격을 갖고 있다’ ‘금발 여자는 백치미이다’ 등 어느 조직이나 사회, 학교, 국가, 문화권마다 편견과 선입관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마치 미신과도 같아 특별한 근거 없이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편견은 무조건 잘못 된 것일까. 독일 브레맨 국제대학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우선 편견은 ‘잘못된 엉터리 지식’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익숙한 편견은 개인이나 조직이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며, 대부분이 ‘동의하는 편견’을 제시할 경우 논쟁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편견이나 선입관이 부정적 요소라고 하지만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어떻게 기억 속에 저장되며, 그것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행동을 지배하는지, 어떤 결과를 낳는 지를 보여준다. 언제 누구에게서 특히 편견이 발견되는지, 편견이 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 지도 알려준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편견을 인식하고 불평등을 막을 수 있는가 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여러 요소 중 편견처럼 강한 힘을 지닌 것도 없다고 말한다. 저자 자신의 편견을 고백하기도 한다. 강의를 하던 도중 심부름을 시킬 일이 생기자 저자는 흑인 여학생을 지목했다. ‘흑인은 빠르다’는 편견이 무의식중에 나타난 사례다.
자신의 편견을 깨달아도 그것을 떨쳐버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를 이끄는 편견은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뇌에 굳어진 것들이다. 그만큼 바람직하지 않은 편견을 떼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예에서도 알 수 있듯 교사의 편견이 낳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교사인 당신이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견해를 점검해보고, 내 안에 숨어있는 ‘편견’들과 하나하나 대적해 나가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저자의 말대로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달라지고 발전했는가 하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