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수년간 유지해온 위법한 가산점제를 시험 20여일 전에 갑자기 변경했다가 탈락자가 제기한 소송에 잇따라 패했다.
교육청은 국정감사에서 가산점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다가 시험 직전에야 규정을 지키겠다며 공고를 수정한 것으로 드러나 시험의 안정성을 해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2008학년도 서울시 공립중등학교 교사임용후보자 선정 시험에 응시한 김모(26.여)씨가 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교육청은 지난해 10월말 영어말하기시험(TSE) 등의 가산점을 15∼30점 준다는 내용을 포함해 시험을 공고했다가 시험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11월5일 가산점이 1차 시험성적 만점의 10% 이내여야 한다는 관련 법규를 이유로 이를 1∼4점으로 변경했다.
실용영어시험(PELT plus)에서 375점을 받은 김씨는 당초 공고대로라면 가산점 30점을 받게 돼있었으나 공고 내용이 바뀌는 바람에 가산점 규모가 줄어들어 임용시험에서는 167.86점을 받았고 결국 커트라인보다 1.31점이 부족해 탈락했다.
그는 "원래대로 가산점이 최대 30점까지였다면 합격했을텐데 교육청이 갑자기 이를 변경해 기존 발표에 따라 시험을 준비해 온 응시자의 이익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냈다.
교육청은 "시험기일 20일 전까지 공고를 했고 7일 전까지 변경공고를 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가산점이 일괄 축소된 것이라 특정인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관련 법에 따라 가산점이 만점의 10%를 초과하면 안되지만 시험 직전에 아무 예고없이 이를 최대 30점에서 최대 4점으로 줄인 것은 기존 공고를 믿고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들에 대한 신뢰를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잘못된 가산점제를 시정해 관련 법령을 지킨다는 공익적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침해된 수험생의 이익이 너무 커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김씨에 대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교육청은 시험 공고에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가산점이 너무 높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 "시험을 두달여 앞두고 이를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내년부터 가산점을 축소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혔지만 공고 후 1주일도 안돼 이를 번복했다.
2002년 개정된 교육공무원 임용시험 규칙은 가산점을 만점의 10% 이내로 제한했고 교육공무원법도 2004년 같은 취지의 조항을 신설했지만 교육청은 아랑곳하지 않고 2001∼2007학년도에 줄곧 TSE 등의 가산점을 최대 30점까지 반영하다 최근 패소하기도 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0일 2006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응시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가산점을 만점의 10% 이내로만 줄 수 있다는 규정을 어기고 TSE 등의 가산점을 30점까지 부여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공무담임권을 제한해 무효"라며 이 응시자에 대한 불합격 처분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산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는 와중에 관련 법규를 어기고 가산점 비율을 30%로 유지할 경우 시험 자체가 무효 논란에 빠질 수 있어 내린 결론"이라며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