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교육공약 중 하나인 한국형 마이스터고의 도입 육성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13일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렸다. 전문계고 702개 중에서 50개교를 마이스터고로 지정하여 한 학교에 25억씩 1250억을 투자한다고 한다. 그 동안 대부분의 전문계고가 재학생 수 감소와 대학진학 선호현상 등으로 산업기능인력을 양성하여 배출하는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지원 정책이다.
그러나 학생의 특기․적성을 살려서 특화된 분야의 ‘영 마이스터’(Young Meister)로 육성한다는 한국형 마이스터고가 성공한다고 믿는 전문계고의 교사들과 관련분야의 전문가가 과연 몇 분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특성화고 정책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성화고로 선정된 학교가 신입생 조기선발과 예산 지원 등의 특혜를 받은 것과 달리 나머지 학교는 상실감과 보이지 않는 열등감에 빠져있다. 신입생 모집에서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학급수를 줄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특성화고 신청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형 마이스터고 50개교 선정은 또 하나의 옥상옥으로 전문계고의 서열화를 제도적으로 고착화시키는 것이다.
교과부의 한국형 마이스터 진로도를 보면, 마이스터고를 졸업하여 취업 또는 진학을 하고 특기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도록 했다. 그렇다면 기존 전문계고에서는 한국형 마이스터(장인)를 배출할 수 없을까? 막대한 혈세를 투자해서 마이스터고를 만들어야만 한국형 마이스터를 양성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 전문계고에서도 대학진학 선호현상이 심화되어 71.5%가 대학을 진학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전문계고를 선택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대학진학 현황으로, 한국형 마이스터고가 대학진학을 위한 명문 특목고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커다란 정책 실패의 결과가 될 것이다. 마이스터고 지정에서 탈락한 650여개의 학교는 차별된 전문계고로 낙인찍혀 신입생 모집도 어려울 것이다. 또 선정된 마이스터고는 결국 특별한 진학명문고가 될 우려가 있다.
또한 교과부 공청회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추진한다는 비판과 전문계고 서열화, 전문계고의 특목고 우려 등이 토론자들에게서 개진됐다. 24일 교과부 민원상담센터 회의실에서 개최된 마이스터고 육성관련 전문가 협의회는 정작 전문계고의 실질적인 운영 책임자인 전국공업고교교장회에 알리지도 않은 채 진행되어 불만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이다.
전문계고의 서열화와 진학을 위한 학교로의 전락 위험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대통령 공약이라는 것만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직업교육정책을 재점검하고 행·재정 지원을 통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전문계고의 활성화와 발전을 저해시키지 않고, 산업체에서 요구되는 기능인을 양성․배출할 수 있는 직업교육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이다.
현재 전문계고에서 운영되고 있는 산학협력 연계과정, 기업공고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 교육청 특성화고, 정부부처별 특성화고 등이 더욱 활성화되고 발전돼야 한다. 실제 산업체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실효성과 현장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