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매년 6월이 되면 전교생이 참여하여 노래솜씨를 자랑하는 합창대회가 열린다. 그 덕에 5월초부터는 각 교실에서 들리는 고운 합창연습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때로는 말다툼이 생기기도 하지만 한 달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방법을 배우며 한마음으로 뭉쳐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행사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올해는 특별히 개교 30주년을 맞아 아버지합창단과 교사합창단을 창단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평소에 자신감이 없던 사랑하는 딸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참여했다는 아버지부터 가족들의 성화에 마지못해 참가한 아버지들은 직장에 있을 때도 연습시간이 기다려지고, 소풍가는 기분으로 학교에 온다고 했다. 퇴근 후 한 달 동안 매주 학교에 나와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동안, 가족들에게 예전보다 더 큰 사랑과 대접을 받게 되었다고 자랑하는 분도 있었다.
드디어 합창대회 날. 학생들의 ‘아빠, 힘내세요’ 노래 소리에 맞춰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무대 위로 입장한 아버지들은 귀여운 율동과 함께 ‘여자보다 귀한 것은 없네’와 ‘희망사항’을 부르며 멋진 무대를 연출했다. 그 순간 무대 위에 계신 아버지는 누구의 아버지가 아니라 전체 학생들의 아버지였고, 아버지들에게는 전교생 모두가 내 딸로 느껴지는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이어서 교사합창단이 무대 위로 올라왔고, 전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한마음 한목소리가 되어 우렁찬 합창소리로 강당을 가득 매웠다.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들이 모두 이렇게 계속 한마음으로 통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품고 모든 교사가 학생 하나하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현장의 미래가 앞으로 더욱 밝아지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