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오던 교육목적세 폐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수면 위로 떠오른 정도가 아니다. 정부는 교육세를 포함한 목적세를 속전속결로 폐지할 태세다. 9월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08년 세제개편(안) 자료에 따르면 9월중 관계부처 협의,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10월 2일 초고속으로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목적세는 세원 하나에 세금을 중복 부과하므로 세제를 복잡하게 하고 납세비용과 징세비용을 높이며, 특정 목적에만 사용되므로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야기하여 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므로 폐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지방간 재정중립 유지를 위해서는 지방 교부세율을 조정하여 보전해 주지만, 교육세 폐지에 따른 교육교부금 감소는 일반회계에서 보전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연간 4조원을 초과하는 교육세를 폐지하면서 일반회계에서 보전해 주려는 금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재고의 필요를 느끼며, 심각한 우려를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목적세는 세원 하나에 세금을 중복 부과하므로 세제를 복잡하게 하고 납세비용과 징세비용을 높인다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일반 국민들은 휘발유에 대해서 ℓ당 67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동 세금이 교통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의 네 가지로 나누어지든, 한두 가지로 통합되든 개의치 않는다.
세제가 복잡하다고 해서 납세비용과 징세비용이 높다는 사실도 과장되어 있다. 휘발유 ℓ당 부과되는 670원의 세금이 네 가지로 나눠진다 해도 일단은 함께 징세한 후 나누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꺼번에 납부하기 때문에 납세비용이 높다는 사실은 더욱 과장되어 있다. 지방세인 자동차세의 경우에도 자동차세액에 30%의 지방교육세가 추가되든, 해당액을 자동차 본세에 포함하여 징세하든 국민은 개의치 않는다. 다만 배기량 2000㏄ 자동차의 연간 세금 총액이 52만원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둘째, 교육세를 포함한 목적세는 특정 목적에만 사용되므로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야기하여 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주장 역시 매우 과장되어 있다. 목적세가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야기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교육재정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은 여유재정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우리 교육재정과 같이 현상유지에도 급급한 상황에서는 낭비할 예산도 없다. 여기에 각종 교육여건을 비교해 보면, 학교급별을 막론하고 우리나라는 OECD 국가의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영비가 넉넉지 못하여 어른들은 시원하고 따뜻하게 여름과 겨울을 지낼 때, 많은 학생들은 덥고 추운 곳에서 수업을 받는다. 상황이 이러한데 예산의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여지가 어디 있겠는가.
셋째, 교육세 폐지에 따른 교육교부금 감소를 일반회계에서 보전하겠다는 것은 교육세 폐지에 따른 교육교부금 감소분을 매년 정부 재정의 형편을 봐가며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 교육재정의 변천과정에서 교육이 독자재원을 제대로 갖지 못했을 때 교육재정 투자는 매우 빈약했다. 교육에 비하여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각종 사업에 재정지원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까닭에 백년지대계인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하여 교육목적세를 만들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법정교부율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재정의 속성과 교육재정의 변천과정에 비추어 볼 때, 교육교부금 감소를 일반회계에서 보전하겠다는 것은 교육세 폐지에 따른 교육교부금 감소분을 장기적으로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교육세가 폐지되어서는 안 되지만, 설령 폐지된다 하더라도 지방 교부세율 조정계획과 마찬가지로 교육세 해당분을 교육재정 교부율을 상향조정하여 보전해 주어야 한다.
금번 교육세 폐지 계획의 숨겨진 의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의 상향조정에 따라 다소 증가한 교육재정의 몫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재정운영의 경직성을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교육투자 소홀이 초래하게 될 국가적 위기의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