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장의 부담과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최근 학점 이수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행정예고안을 내놨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행정예고안의 핵심은 공통 과목은 출석률과 학업성취율 중 하나를, 선택 과목은 출석률만 충족하면 학점을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 비해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학점 이수 기준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세부 운영을 교육부 지침에 맡긴 구조는 유지됐다. 현장 교원들의 문제의식은 비교적 분명하다. 고교학점제의 어려움은 이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인력과 시설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목 다양화를 감당해야 하고 평가와 기록에 따른 교원의 행정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대입 제도와의 연계 불안까지 겹치며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 온 것이 핵심이다. 기준 조정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출석 중심의 이수 기준 역시 신중히 봐야 한다. 관리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성취 기반 교육이라는 학점제의 취지와 충돌할 소지도 적지 않다. 기준 완화가 곧 학습의 형식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평가 방식 개
교육은 필연적으로 ‘희망’을 품고 있다. 학생의 아름다운 성장, 교사의 사랑과 헌신, 학부모의 믿음 모두 따스함과 큰 힘을 갖고 있다. 평생교육의 시대에 교육은 인생의 시작과 끝이 됐다. 희망이 넘친 나라의 특징은 모두 교육선진국이라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교육계에는 희망찬 좋은 소식보다 슬프고 아픈 사건·사고가 많았다. 올해는 이재명 정부 출범 2년 차가 되고 6월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이런 가운데 교육대길(敎育大吉)을 위해 꼭 이뤄져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교권보호 방안’에 현장이 원하는 내용이 담기고 실현되길 바란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의 교사 보호, 악성 민원과 교실 내 몰래녹음 차단이 교단의 간절함이다. 이를 예방하고 차단할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현장 지지를 받을 수 없고 보여주기식,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거셀 것이다. 한계상황인 위기의 교실을 극복하고 교사를 보호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3월 새 학기 시행 예정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의 재검토와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금지에 대한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향도 과속은 금물이다. 학교는 준비가 부
벌금형은 전과로 남고, 2년 동안 신분상에불이익이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형사처벌이다. 그런 벌금형 200만 원을 충북의 40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지난 14일 선고받았다. 교사에게 인정된 혐의는 ▲지난해 11월 교실에서 1학년 학생 2명이 덧셈·뺄셈을 잘하지 못하자 딱밤을 때리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5~10분간 시킨 행위 ▲휴대전화 게임을 하는 학생에게 욕설을 한 행위였다. 재판 결과를 교직 사회는 ‘남 일 같지 않다’는 안타까움과 ‘학교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라며 허탈해하고 있다. 물론 언론 보도만으로 사건의 진상은 모두 알 수 없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나 판사의 판결대로 ‘아동들의 학습 능력이 향상되길 바라는 마음에 의욕이 앞선 행위며, 범죄 전력이 없고,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참작했다면 너무 과한 처벌이 아닐까? 수업을 방해하고, 학칙을 어기는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교사의 제지 행동이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라는 비수로 돌아오고, 제자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교사의 열정을 인정해주는 따듯한 법정이 사라진 사회를 우리는 또 목격했다. 교사의 교육적 목적을 위한 언행 중 작은 빌미만 있으면
정치적 격변기를 겪은 2025년이 저물고 있다. 교육계도 다사다난했다. 충남, 제주 교사 사망사건은 교권 침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강원 현장체험학습 교사에 대해 법원은 유죄를 선고해 교사의 책임을 물었다. 하반기에는 교실 내 몰래녹음·CCTV 설치법안 추진으로 교원들의 사기를 꺾었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과 신임 교육부 장관이 ‘교권 보호’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아직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교육당국의 정책도 현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지난 정부가 현장의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추진한 AIDT는 결국 교육자료로 격하됐고, 학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출발한 고교학점제는 큰 논란을 가져왔다. 현장 의견을 외면한 채 추진하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한 요구도 해결되지 못하고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대한민국 교원들은 현장을 외면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애타게 바랐다. 실제로 지난 6월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 모인 이들은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역대 최연소 회장이라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범한 한국교총 40대 회장단이 취임 1년을 맞았다.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강주호 교총회장은 ‘젊은 교총’ ‘행동하는 교총’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또 안타깝게 숨진 교사 유족들과의 만남, 6·14 추모 집회, 제자에게 흉기로 공격받아 입원했던 교장 병문안 등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올 한 해도 학교 현장에는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각종 갈등과 혐오, 불신이 학교에 스며들었다. 그 속에서 강 회장은 역대 어떤 교총 회장보다도 많은 현장을 다니며, 현실을 마주했다. 그리고 타 교원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통합의 길을 걸었다. 이젠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교원들을 대변하는 일이다.악성 민원과 교육활동 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교, 안전사고와 몰래 녹음에 두려워하는 교사들, 학생을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 등으로 무너진 교육계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더욱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강 회장은 이를 위해 낡은 리더십을 단호히 거부하고, ‘통합의 리더십’,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어떤 소리나 행동을 낱낱이 포착할 수 있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개인을 감시하고,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익숙해 버린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1949년 발표된 미래 예언 소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본다. 범죄 예방과 사건·사고의 잘잘못을 따지는 문명의 이기지만 그러한 긍정적인 면에는 초상권과 음성권이라는 기본권 침해가 숨겨져 있다. 교실 내 ‘몰래 녹음 허용법’, ‘CCTV 설치법’이 논란이 되고 절대다수의 교원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교육의 존재 이유와 근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교실은 교사가 학생에게 올바른 것을 가르치고 잘 자라도록 돌보는 소도(蘇塗) 같은 공간이다. 믿음과 사랑의 장소다. 신뢰가 깨진 사제관계, 학부모와 교사 관계에서 신뢰의 교육이 있을 수 없다. 또 대법원은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제3자가 몰래 엿듣고, 교육적 목적과 과정은 생략한 채 특정의 표현만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남이 녹음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교실 내 CCTV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올해 2월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 이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발의된 법안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이 직면할 심각한 혼란과 갈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추진돼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학교내 CCTV 설치관련, ‘교실은 제외하되, 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위하여 학교장이 제안하고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견 수렴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포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얼핏 보면 엄격한 요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실 내 CCTV 설치를 손쉽게 열어두는 구조다. ‘학교장의 제안’이라는 기준은 법적·행정적 명확성이 없고, ‘학생·교사 보호’라는 추상적 용어는 해석의 여지를 지나치게 크게 만든다. 결국 학교장은 일부 학부모의 압박, 지역 간·학교 간 설치 사례 비교, 악성 민원 등 외부 요인에 휘둘려 사실상 교실 내 CCTV 설치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학교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다. 교실 내 CCTV 설치 여부가 학교 단위 의사결정에 맡겨진다는 점 또한 우려된다. 이는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