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2026 교육지표 결과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 권의 국가답게 높은 교육열과 인적자원의 우수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초·중등 교실을 들여다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여건은 여전히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을 크게 웃돌고, 전국 교실 3곳 중 1곳(31.1%)은 학생 수 26명 이상인 과밀학급이다. 초임교사에 대한 대우도 개선이 필요하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초임교사의 법정 급여는 초·중·고 모두 OECD 평균 대비 84~89% 수준에 불과하다. 무너진 교권과 과도한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정당한 보상마저 외면당하다 보니 저연차 교사들의 중도 퇴직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교육계는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해친다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또 같은 이유로 교원 정원도 줄이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교권 침해사건은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교총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장 교원들의 교권 침해 직·간접 경험률은 86.0%에 달한다. 그렇다면 피해 교원을 위한 지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한국교총은 교권 침해사건으로 고통받는 교원을 지원하기 위해 1975년 전액을 부담해 교권옹호기금을 조성했다. 교권 보호를 목적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피해 교원을 지원하는 제도는 거의 유일하다. 매년 증가하는 교권 침해사건으로 사법적 공방을 벌이는 교원들을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에만 2억 2000여만 원 지원을 결정했으며, 지난 50여 년간 총금액만 약 27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국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교원은 국가 백년대계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공적 주체다. 정당한 교육활동에도 불구하고 직위해제의 공포에 떨고, 거액의 선임료를 걱정하며 외롭게 법정 다툼을 이어가는 현실을 지금처럼 방기한다면 공교육 회복은 불가능하다. 또공무를 수행하던 교원이 소송을 당했을 때 국가가 아닌 민간 기금에 매달려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스템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총은 악성민원 맞고소제 의무화 등을 강하
아동복지법의 모호한 정서적 학대 기준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훈육조차 학대로 몰아가는 근거로 악용되고 있고, 이로 인해 다수의 교사는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주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한국교총, 교사노조, 전교조가 뜻을 모아 오는 10월 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육활동 보장 법 개정 촉구 전국 교원 집회’를 개최한다. 이번 집회가 요구하는 내용은 결코 교원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동학대·교육활동보호 관련 법 개정,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교육재정 개악 반대, 교육 주체를 배제한 유보통합 논의 중단,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대책 없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 중단 등은 모두 교실 정상화와 공교육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교사가 흔들리면 교육이 흔들리고, 교육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 학부모와 아이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현실에서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을 통해 법적 책임과 비용을 교사 개인이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교육 관련 연구들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개별 정책의 찬반을 넘어 교육을 바라보는 출발점에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를 앞세워 학교와 교원, 교육 시간을 문제 해결의 자원처럼 다루는 접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초등 저학년 수업시간 확대가 대표적이다. 연구원은 초1~2학년 수업 시간이 OECD와 비교해 평균보다 적고 돌봄 수요와 사교육 참여가 높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확보되는 ‘교원 여력’으로 돌봄 공백까지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순서가 뒤바뀌었다. 돌봄이 목적이라면 돌봄 체계를 강화하면 된다. 교육이 목적이라면 무엇을 왜 더 가르칠지부터 답해야 한다. 돌봄을 위해 수업을 늘리는 것은 교육을 수단으로 삼는 일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바라보는 시각도 우려스럽다. 학생이 줄었다고 교원이 곧 ‘남는 인력’이 되는가. 학교에는 새로운 교육 수요가 쌓인다. 학생 감소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개별화 교육을 강화할 기회다. 이를 감축하거나 다른 정책에 투입할 ‘여력’으로 먼저 계산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줄면 교원이 남고, 남는 교원은 다른 데 쓰면 된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고민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9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 응답률이 6년 연속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등학교의 피해 응답률이 5.7%에 달해 어린 학생들의 교우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또 집단따돌림과 신체폭력이 다시 증가하고, ‘야차룰’이나 스파링 같은 신종 폭력이 확산하는 현상을 보인다. 비록 소폭 증가라고는 하지만, 수년째 각종 대책이 쏟아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번 발표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학교가 대립과 법적공방을 벌이는 사법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의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정된 비중이 무려 22.1%에 이른다는 것은 학교 현장의 대화와 교육적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학생 간 사소한 오해나 갈등마저도, 현행 제도의 한계 탓에 사법적 심의 절차로 넘어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지난 3월 도입된 ‘관계회복 숙려제도’를 학폭 사안처리의 핵심 절차로 하고, 초등 1~2학년 대상 관계회복 프로그램 신설하겠다는 계획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담당 교원의 업무
초등 저학년의 돌봄 공백은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 해법이 학생의 정규수업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이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교총이 ‘오후 3시 하교’에 반대하며 학생의 성장과 발달이라는 교육적 목적부터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우리나라 초1~2학년 수업 시간이 OECD 비교 평균보다 적고 돌봄 수요와 사교육 참여가 높다는 점 등을 확대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돌봄 부족 현실이 곧 정규수업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돌봄이 목적이라면 이미 구축한 돌봄·방과후 체계를 보완하고, 교육이 목적이라면 무엇을 왜 더 가르쳐야 하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돌봄 공백과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시간부터 늘리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접근이다. 정부가 늘봄학교를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으로 확대·개편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목적의 정규수업 확대를 다시 꺼내는 것도 정책 간 중복과 현장 혼선을 부를 수 있다. 더욱이 교육재정 축소를 강행하면서 교원과 재정이 더 필요한 정책을 논의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준비 없이 시간부터 늘리면 부담은 결국 학교와 교사에게 돌아간다. 무엇보다 초등 저학년에겐 충분한
교육재정은 국가의 책무를 규정한 헌법적 가치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117조6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은 이러한 가치를 훼손했다. 무엇보다 교육 예산의 주요 근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은 법을 전제로, 근거조차 불투명한 산식을 들이미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신설된 미래대응기금도 실질적인 재정 돌려막기에 불과하다. 특히 초·중등을 배제한 기금 설계로 짜인 예산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중차대한 개편을 교육계와의 소통이나 사전 합의 없이 비민주적 절차로 강행한 정부와 교육부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교육계를 비롯한 36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이번 정부 발표 내용에 반발하고,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이유다. 정부와 교육부에 분명히 요구한다. 교육재정을 구조적으로 파탄내는 시도를 중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립된 교육부 예산안 편성은 원점에서 다시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는 예산 축소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인건비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학교 현장이 체감할 재정 압박은 불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