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愚問)인줄 알면서 물었다. 어떤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냐고.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1등하는 학생보다 유일한 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평범한 시골학교로 머물기에는 이 학교, 좀 특별하다.
전국 모든 학교가 특색사업을 펼친다. 충남 서산 서령고(교장 김기찬)에는 '1․2․3․4 운동'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특기를 갖고 ▲두 가지 외국어에 능통하며 ▲세 가지 이상 자격증을 취득하고 ▲네 가지 이상의 상장을 수상하도록 지도한다는 것이 '1․2․3․4 운동'이다. 전교생이 제2외국어로 개설된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테니스도 중점적으로 배운다. 지난해에만 한 가지 이상의 자격증을 획득한 학생이 70여명에 이르고 또한 한 가지 이상의 상장을 받은 학생도 300여명이다.
자연히 식물어원탐구반, 만화동아리, 앙상블 등 스스로 원하는 동아리 활동도 활성화됐다. 교내에서 캐리커처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애써 못하게 막을 법한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가 펼쳐지기도 했다. 너무 자유분방한 활동이 아닐까하는 염려는 기우였다. 시행 6년 동안 학력 경시대회는 기본으로 과학경진대회, 모형항공기대회, 학보콘테스트, 관악경연대회 등 전국대회 입상은 단골이 됐다. 명문대 합격생이 늘어난 것은 오히려 덤이다.
강태웅 교감은 "능력과 창조력을 고루 갖춘 학생으로 커 나가나는 것을 돕는데 역점을 둔 결과"라며 "학력 신장과 재능 계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라고 성과를 설명했다.
정서함양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 매월 가족 명화 감상, 생일잔치, 명상의 시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저명인사를 초청해 삶의 자세와 다양한 교양을 접하는 '명사초청 특강'도 수년째 운영하고 있다. 김강자 전 경찰서장, 가수 정광태씨,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 등이 다녀갔다.
지역 사회와 호흡을 함께 하는 것도 학교의 중요한 목표다. 2002년부터 교내에 첨단시설을 갖춘 평생학습실을 설치하고 컴퓨터 활용능력, 중국어 회화, 독서문예창작' 등의 강좌를 운영했다. 최근 들어 지역민들의 호응이 커지자 요리반을 새로 개설하기도 했다. 요리반은 주부들이 앞을 다투어 수강,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부터는 시청에서 운영하는 검정고시반에 강사진도 파견하고 있다. 시청 검정고시반은 2007년 3월에 개강하여 약 5개월 만인 8월에 고졸검정고시에 여섯 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독립건물로 지어진 학습지원센터는 서령고의 또다른 힘이다. 2만권의 장서를 비치했다. 매 학기마다 독서 토론회와 독후감 쓰기 대회가 열린다. 도서교환전, 책갈피 만들기 등 독특한 행사도 펼쳐진다. 몇년 전엔 한국방송공사에서 주관한 '도전 골든벨'이란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리기도 했다.
김기찬 교장은 "사람은 학교를 만들고 그 학교는 다시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상서롭고 편안하다는 학교 이름처럼, 학생들이 지식 그 이상의 것을 편안하게 체험하다보면 훌륭한 인재라는 열매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