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도쿄(東京)도 스기나미(杉竝)구 도립니시(西)고교의 시청각실에서는 수도권 중3 학부모 300여명이 모여 한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학교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입시 포인트를 설명하는 것으로 일부 도립고교에서 개최되고 있는 '고교 입시문제 설명회'의 한 장면이다.
최근 몇년새 일본 공립고교들 가운데 전국 공통 입시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입시를 실시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데 따라 이런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9일 소개했다.
그동안 도립고교의 경우는 전국 공통입시를 통해서 신입생을 선발했으나 도쿄도가 지난 2001년 개별 시험을 인정했다.
공동 입시문제의 경우 난이도가 낮아 변별력이 낮은 만큼 별도 입시를 통해 성적 우수자를 선발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공통시험에 의한 선발이 신입생의 전반적인 실력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는 우수생들이 사립고교로 몰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도립고교의 도쿄대나 교토(京都)대 등 우수대학 진학률이 급감한데 따른 자구책이었다.
실제 지난 1958년의 경우 도쿄대 합격자를 배출한 상위 20개교 가운데 공립학교는 15개나 있었다. 이들 가운데 도립은 9개교였다.
하지만 올봄 도쿄대 합격자 가운데 도쿄대 합격자를 배출한 상위 20위에 들어간 공립교는 3개교였고 이 가운데 도립교는 한곳도 없었다. 그만큼 도립학교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개별 입시를 도입하면서 학생들의 대입 실적은 상당히 개선됐다. 오카야마(岡山)현립 아사히(朝日)고의 경우 1997년 도쿄대와 교도(京都)대 합격자가 4명에 불과했으나 1999년 단독 입시를 통한 신입생 선발을 도입한 이래 숫자가 늘기 시작해 올해의 경우 36명에 달했다.
도쿄도립 히비야(日比谷)고교도 1960년대 200명에 가깝던 도쿄대 합격자가 공동시험 실시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서 1993에는 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별도 시험 인정 이후인 지난해 입시에서는 28명으로 다시 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고입을 겨냥한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공립 초·중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도 잠재우고 유력 상급 학교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주최 학력테스트 정답률 95% 달성'(초등학교)이나 '3학년생 60% 영어능력 검정시험 합격'(중학교) 등의 목표를 내걸고 교사와 학생들을 독려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학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특정 고교에 편중되면 나머지 학교들의 진학실적이 그만큼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 서열화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 학교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오가와 요(小川洋.교육학) 교수는 "특정 학교 지원자간 경쟁이 늘 경우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학생들의 진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결국 '승자들'에게만 좋은 환경이 제공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