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1급 간부들의 일괄사표 제출에 청와대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정부 출범후 잇단 교육정책 '혼선'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평등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을 추구하던 교과부내 일부 세력이 '경쟁과 효율'이라는 청와대의 새로운 기조에 공공연하게 저항하면서 지난 1년간 교육정책은 표류를 거듭해 왔다는 게 정치권과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전히 진행형인 이른바 '좌(左)편향 근.현대사 교과서'의 수정 문제다.
교과서 개편은 모교에 대한 특별교부금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김도연 전 장관시절부터 추진해온 교과부의 역점 과제였으나 보수와 진보간 이념논쟁으로 불똥이 튀면서 교육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이면에는 애초부터 "급격한 교육정책의 변화는 부작용만 키운다"며 새 정부의 교육개혁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온 교과부 관료들의 암묵적 발발이 있었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무사안일로 일관했다는 시각인 셈이다.
아울러 올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마련한 교육정책이 새 정부 출범 후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청와대의 불만과 불쾌감도 있다.
영어 몰입교육은 비판여론에 휩싸여 출발부터 삐끗했고, 사교육비 절감을 기치로 내걸고 약속한 수능과목 대폭 축소 등도 교과부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흐지부지됐다.
아울러 대입자율화, 교원평가제, 학교정보 공개, 영어 공교육 완성 등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기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육정책들이 여전히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교과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심했던 정부와 전교조의 대립양상도 교과부의 '역할 부재'가 큰 요인이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소의 저항은 불가피하지만 공정택 서울교육감이 '반(反) 전교조'를 기치로 내걸고 재선에 성공한 것과 같이 다수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교과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최근 정부가 세제 개편안의 하나로 교육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이해당사자인 교원단체는 물론 시.도 교육감들도 반발하고 있어 여권은 교과부가 이같은 움직임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까지 보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교과부의 일부 고위공무원들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애초부터 맞지 않는 인사들로, 정권이 바뀌어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연초부터 유독 교육계에서 이념논쟁이 많았다는 것은 교육부가 방향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 장관이 취임해도 참여정부 시절의 고위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먹히지 않는다"면서 "이제라도 교육개혁 작업에 걸림돌은 치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