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간부 전원 사표 제출로 '고위층 물갈이' 파문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안 장관은 18일 교과부가 발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 초등 영어수업 시간 확대 등 영어교육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직접 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8월 취임한 안 장관이 중요 정책에 대해 직접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하기는 5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취임 후 각종 현안을 파악하려면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직접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가 어려웠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전 장관들이 중요 현안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하거나 기자들과의 공식, 비공식적인 소통 기회를 자주 가졌던 것에 비하면 안 장관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런 안 장관이 1급 간부들의 사표 제출 파문이 타 부처로까지 번지면서 관가 전체가 술렁이는 와중에 취임 후 첫 브리핑을 자처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연말 인사철과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정부 부처 개각을 앞둔 '계산된 행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1급 간부들의 사표 제출 배경에도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설 외에 장관 업무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안 장관이 인사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려 기획한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들었다.
앞서 안 장관은 이달 초에도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등록금 동결을 당부했는데 이 역시 '생색내기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 당시 이미 주요 대학들이 어려운 경제 사정을 감안, 자체적으로 내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겠다는 발표를 마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도에서였든 이번 교과부 1급 간부들의 사표 제출이 관가 전체의 인적 쇄신론으로 번지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안 장관은 연초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확실히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장관이 부족한 자신의 업무 실적을 만회하고 청와대로부터 신임을 받으려고 부하 직원들을 희생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장관 책임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교육계 한 인사는 "그동안 교육개혁이 지지부진했던 데는 장관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1급 간부 몇몇을 솎아내려고 이번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데 엉뚱한 사람이 다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