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18일 공교육 체계에서 영어교육 강화 대책으로 내놓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과 초등학교 영어수업 확대 계획이 사교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내년 3월 국제중학교 설립 등으로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자칫 영어 사교육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자룡 전국영어교사모임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MB정부 초등영어 확대 정책 사교육 조장할까'란 주제의 교육토론회에서 "초등 영어수업 확대는 최근 국제중 설립과 맞물려 사교육 시장만 팽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어 수업시간 확대가 영어 실력의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자칫 막대한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교과부 방침에 따르면 초등학교 3~6학년의 영어 수업시간은 2010년부터 주당 1시간씩 확대돼 초등 3, 4학년은 주당 1시간에서 2시간으로, 초등 5~6학년은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에 부담을 느껴 유치원에서부터 어느 정도 선행학습을 하는 실정이다.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심지어 태권도, 미술학원을 선택할 때도 영어로 가르치는 곳을 선호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의 영어수업이 확대되면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책임진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영어사교육 시장만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런 이유로 무조건 영어수업을 늘리기보다는 그간 진행된 초등학교 영어수업을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더욱 알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판 토플ㆍ토익'으로 불리는 가칭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의 계획과 교과부의 발표 내용이 차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13학년도부터 수능 외국어(영어)영역 시험을 폐지하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번에 여론을 더 수렴한 뒤 2012년에 대체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교과부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수능영어시험을 대체하는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능 외국어 영역 시험을 그대로 두면서 대학들이 1~3등급으로 구분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을 별도로 요구할 경우 학생들에게는 이중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만든 시험이 대입을 위한 또 하나의 시험이 돼 영어 사교육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