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2006년부터 매년 학교 교육의 모범이 되는 학교를 선별해 상을 수여하는 독일 학교상이 있다. 로버르트 보쉬재단, 하이데호프 재단, 잡지사인 슈테른, 독일 제 2 공영방송인 체데에프(ZDF)가 후원하며 수상 학교에 상금을 수여하는데 모범이 되는 학교를 공공에 알리며 다른 학교에게 교육방식을 소개, 자극받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2008년에는 독일 서북부에 위치한 도시 뮌스터의 바르트부르크 초등학교가 '독일 학교상' 1등을 차지하며 상금으로 10만 유로를 받았다. 그밖에 다른 네 학교도 2만 5000 유로를 상금으로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이 학교를 통해 교육정책, 교육학, 일선교사들이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바르트부르크 초등학교의 독특한 건축 구조도 이번 수상에 한몫했다. 독립된 네 개의 건물들은 서로 긴 복도로 이어져 있다. 그 복도 벽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걸려있다.
기젤라 그라베라(Gisela Gravelaar)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를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각 건물마다 90~100명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서로 잘 알고 지내며 돕는다”고 설명했다.
각 건물마다 운동장과 통하는 문이 달려 있다. 학교 운동장은 여느 학교와 좀 다르다. 전일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 학교에는 중간에 1시간이나 되는 긴 노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나무가 무성하고 냇물이 흐르는 이곳에서 고무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거리며 신나게 논다. 아이들이 기어 올라가 놀 수 있는 놀이기구도 있다. 이 때 아이들은 이곳이 학교라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놀이에 몰입한다.
각 건물은 대륙의 이름을 따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이라고 이름 붙였다. 각 건물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1, 2학년이, 2층은 3, 4학년이 함께 사용한다. 각 교실의 문에는 창문이 달려있다. 이는 열린 수업 콘셉트를 반영한다. 교실은 각이진 사각형 공간이 아니라 둥글다. 구석에는 아이들이 앉아서 독서할 수 있는 소파와 쿠션이 마련되어 있다. 벽에 있는 책장엔 학습 자료가 정리된 알록달록한 상자와 파일이 놓여있다. 여기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 자료를 꺼내 볼 수 있다.
또 학생들에게 자리가 정해진 게 아니다. 매일 아침 등교시간인 7시 30분부터 8시 15분 사이에 교실에 오면 번호를 뽑아 매일 다른 자리에 앉는다. 이로써 매일 다른 학우들 옆에 앉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 옆에 앉을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잘 모르는 학급친구들과도 더 잘 알게 되고 좋아하지 않던 친구와도 친해지기도 한다.
수업은 여러 과목을 아우르고 팀을 이루어 그룹을 짜서 과제를 해결하고 발표하는 프로젝트 수업위주다. 프로젝트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많은 학습시간이 주어진다. 45분 단위의 수업을 폐지한 대신 보통 수업 한 시간은 60분으로 이루어진다. 프로젝트 수업은 쉬는 시간 없이 두 시간 걸릴 때도 있다. 그래서 학교 종소리는 아예 없다.
그 밖에도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년통합이다. 1,2학년, 3,4학년이 한반을 이루어 함께 공부한다. 가령 1학년 학생이 오후 자율학습 시간 중 모르는 게 있으면 한반에 있는 2학년 학생에게 묻는다. 2학년 학생도 대답을 못할 때만 선생님한테 도움을 청한다. 이런 학습 분위기를 통해 서로 가르쳐주고 배운다.
그라벨라 교장은 “학생들은 설명해주며 아는 것을 확실히 자신의 것이 되게 한다”고 말한다.
한 학급에 교사 두 명과 보조 교사 한 명이 있다. 매일 아침 학생들은 두 시간 동안 자신이 공부할 학습계획을 세우고 학습경과를 점검한다. 물론 교사의 도움을 받는다. 학습 계획을 세운 다음 자율학습이 이뤄진다. 각자 공부를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교사의 도움을 받는다.
아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키려 학교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내 큰 아들이 이 학교를 다녔는데 지금은 대학생이다. 대학에서도 그 아이는 스스로 학습계획을 짜고 실천한다. 바르트부르크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행사가 자주 열린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부모님, 조부모님, 이웃들을 초대해서 아이들이 직접 구운 쿠키를 맛보게 하는 '쿠키시장'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성적표가 없는 대신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상태 보고서를 상세하게 서술해 학부모에게 보낸다. 숙제도 시험도 없다. 그런데도 이 학교 학생들의 성적은 평균이상이다. 약 70%이상이 인문계학교로 진학한다.
기젤라 그라벨라 교장은 "초등학교 4학년 성적으로 인문 실업계를 분리하는 독일 교육제도가 부조리하다"며 "초등학교과정이 4학년이 아니라 6학년까지 연장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