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최측근인 에드 볼스 초중등교육장관이 추첨을 통한 학교배정이 "독단적이고 불안정한 제도"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혀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 추첨 방식을 도입한 지 2년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방교육위원회가 이 방식을 남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볼스 장관이 추첨제 배정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분명한 사실은 올해 중등학교 신입생 가운데 10만 명 가량이 제1지망 학교가 아닌 학교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배정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에서 추첨 방식은 남부 휴양도시인 브라이턴에서 시범운영된 뒤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영국의 5개 교육위원회 가운데 1개가 추첨 방식을 채택했을 정도다. 현재 브라이턴을 비롯 노샘프턴셔, 하트퍼드셔, 더비셔, 브리스톨, 노스서머셋, 도싯 등이 추첨제를 운영하고 있다.
브라이턴에서 시범시행한 결과 본인이 희망하지 않은 중등학교에 진학한 신입생 숫자는 16명에서 22명으로 증가했다.
10~11세의 중등학교 진학자 56만 명이 신학기 시작을 앞두고 지원서를 제출했으나 명문 중학은 최고 20대 1의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이 가운데 지원자가 폭주하는 중등학교는 추첨제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학교 주변으로 집을 옮겨 학교 배정을 받으려는 중산층의 극성스런 '치맛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추첨제 방식이 지난 2007년 도입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보수당은 어린이들의 장래가 주사위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며 추첨제 배정 방식을 폐지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볼스 장관은 감사관실에 제비뽑기 방식의 유해성 여부와 남용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추첨제 방식을 "불공정하고 불안정한 방식"으로 인정한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추첨제가 "독단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어림짐작이라 사정에 어두운 어린이들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면서 "같은 학급의 누가 같은 중등학교에 배정될 줄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추첨제가 폐지되면 학군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나 학교가 가족을 인터뷰하고, 집안 배경을 고려하거나 비싼 교복 판매점을 지정하지 말아야 하는 등 가난한 계층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학교의 책임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