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교 예정인 서울지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9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 ‘자율형사립고 운영 및 지정방안 탐색’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발원은 추첨 전형을 포함하고 있는 3가지 전형 방안을 제시했다.
◇‘내신으로 5배수 뽑고 추첨’ 유력=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흥주 교육개발원 교육행정연구실장은 자사고 학생선발 방식으로 ▲사전 선발 과정 없이 추첨으로만 선발하는 방안(1안) ▲학생부 성적 기준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뒤 지원자 중 추첨 선발(2안) ▲학교장추천․학생부로 5배수 선발 후 면접으로 3배수 선발 추첨으로 최종 선발(3안, 정부안)을 제시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방식은 2안으로 1안의 경우 학생선발권 침해라며 사학이 반대하고 있고, 3안은 사교육 조장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학생부 성적을 바탕으로 한 추첨방식이 관심 있게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실장이 지난달 서울시내 129개 일반사립고의 학교법인 이사장, 이사, 교장, 부장교사, 교사 등 13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부안이 42.6%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사장, 이사들의 선호도는 28.2%에 불과해 추첨방식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사학 등 ‘학생 선발 자율권 침해’ 반발=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 사학 법인 관계자들은 추첨제에 의한 학생선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승제 서울사립초중고 법인협의회장은 “교과부가 지필고사를 금지하고 구체적인 학생 전형방식(추첨, 학교장 추천 등)을 제시한 것은 학생 선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지필고사는 금지하되 전형방법은 전적으로 학교에 맡겨 달라”고 요구했다.
윤남훈 서울사립중고교장회장은 “추첨제를 근간으로 한 학생 선발 방식이 자율고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지필고사만 제외하면서 교장의 선발권을 인정하는 것이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자격교장, 무학년제로 학교 운영=김 실장은 자사고 학교 운영과 관련해 교원 자격증이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학교장 자격을 부여하고 무학년제, 다학년제 운영과 공립고 세 배 이내에서 학생 납입금 자율 책정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윤정일 민족사관고 교장은 “법인전입금 부담이 학생납입금 총액의 3~5%이고 주변 공립학교 납입금의 3배를 받는다 하더라도 국가로부터 재정결함을 지원받지 않는다면 자사고 운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명균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자사고의 숫자가 늘어날 경우 무자격자의 교장 임용 허용은 교원 임용의 근간이 되는 ‘자격소지자 임용’ 원칙에 위배되므로 재고돼야 한다”며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라면 관할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