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대신해 소외된 아이들을 감싸고 고유한 잠재력과 소질, 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는 대안학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습니다.”
지난 3월 개교한 경북 문경 ‘해보라’ 대안학교 설립에 앞장선 권이종 이사장(한국교원대 명예교수·사진)은 “대안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인성·교과·생활지도가 삼위일체 되는 균형 잡힌 교육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장 등 평생 청소년 운동에 앞장서온 권 이사장이 2006년 정년퇴직 후 대안학교 설립에 나선 것은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봉사를 위해서다. 2003년 이후 초중고 중도 탈락학생은 27만여 명에 이르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
“최근 들어 초등학교마저 그만 두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물론이고 교육계에서도 무관심합니다. 이들을 학교로 다시 끌어들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본인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대안학교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를 설립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 부지를 마련하는 것. 하지만 학교설립 취지를 들은 신현국 문경시장은 폐교로 방치돼 있는 청암중·고교 임대에 많은 도움을 줬다. 학교 운영을 맡은 명은주 교장은 전 재산을 처분해 가족이 모두 문경으로 이사를 갈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현재 해보라학교는 기숙시설은 물론이고 전통문화체험 실습실, 프로젝트 수업, 외국어 심화 학습 등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해보라학교의 교육과정은 오전에는 교과과목 위주로 진행되며, 오후엔 체험학습을 주로 한다. 특히 체험학습의 경우엔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진행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수업 원칙에 따라서다. 다행히 문경지역은 사적 유물 외에도 드라마 촬영지, 광산 등 많은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권 이사장의 이러한 방침은 청소년들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잠재능력을 깨우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소 신념에서 나왔다.
“‘해보라’는 ‘해를 바라보고 한번 해보면서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치라’는 뜻입니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방학 중에는 해외 체험을 계획 중입니다. 올 여름엔 오스트리아에서 홈스테이를 할 예정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학교를 찾는 아이들은 문제학생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다. 이런 학생들은 성장하면 낙오자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학업포기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아직도 곱지 못하고 그만큼 지원도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대안학교가 150여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비인가 학교로 인가를 받은 곳은 29개교에 불과하다.
“정부의 인가를 받아 지원을 받으면 당장은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학교를 운영하는데 제약을 받아 대안학교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해보라 학교가 그런 인식을 주는 모범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