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취임을 앞두고 업무현황 파악에 나섰다가 도교육청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고형식을 둘러싼 논란 끝에 21일부터 시작하려던 업무보고가 미뤄지다 '보고'라는 용어를 '설명'으로 바꾸기로 한 뒤 22일 오후 어렵사리 현황 파악이 시작됐다.
첫 주민직선에서 당선된 진보성향의 김 당선자 측은 이런 일이 생길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했고 보수성향 교육감 체제를 이어온 도교육청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양측이 서로 상반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
김 당선자가 취임준비팀을 구성하고 업무현황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도교육청 내부에서 반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일부 간부들은 "우리가 당선자라면 몰라도 민간인들로 구성된 취임준비팀에 업무보고를 해야 하느냐"며 반발했다.
이들의 주장은 당선자 취임준비팀이나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도록 한 조례가 없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으로서 법적인 근거가 없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성격은 다르지만 2007년 12월 역시 첫 주민 직선으로 당선된 권정호 경남교육감이 취임을 앞두고 교육청과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내부의 계파 간 힘겨루기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교육청이 업무보고를 거부한 직접적인 이유 또한 보고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사실에서 파생됐다.
김남일 도교육청 부교육감은 "당선자가 아닌 준비팀에 업무보고를 한 전례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다만 궁금한 현안에 대해서는 자료를 제출하고 보충 설명할 용의가 있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김진춘 현 교육감은 당선된 뒤 취임준비팀을 꾸리지 않고 본인이 직접 업무보고를 받았고 당시 이를 거부하는 기류는 형성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별도의 업무보고를 사전에 하지 않았다.
김 당선자 측은 교육청의 업무보고 거부의 배후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압력이나 배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다만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들로 구성된 준비팀에 업무보고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의 논리는 도교육청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교육감 당선자가 준비팀, 인수위 등을 구성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5년 전 공정택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을 때도 인수팀을 구성해 업무보고 를 받으려 했지만 적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바로 해산했던 사례가 있다. 교육부는 경기교육청 사태도 같은 맥락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