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는 올해로 53회째를 맞았다. 오랜 세월을 학교현장에서 교사들과 함께 우리 교육의 변천과정을 지켜보며 그 시대에 걸맞는 교육적 주제로 학급, 학교의 효율적 운영방안과 창의적인 교수법의 개발과 적용 사례를 내어놓고 일선 학교에 전파해 왔다.
변변한 참고서가 없어서 칠판에 적어주는 선생님의 판서 내용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시절, 현장교육연구는 대한민국 교원들에게 유일한 전문성 신장 활동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수많은 연구대회가 시․도별, 전국 단위별로 다양하게 개최되지만 대회 운영 초․중기만하더라도 유일한 연구대회였기에 전국대회 1등급 ‘푸른 기장’을 가슴에 단 교원들은 교직사회에서 뿌듯한 자부심을 갖고 동료교사들의 부러움을 한껏 샀다.
최근 교원승진규정의 변화 등으로 인해 현장교원의 연구대회 참여율과 연구 활동이 예전만 못하다. 교육당국은 이러한 현상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학교교육의 주체인 교원 스스로 교육개선에 대한 의지나 제도적 보완을 통해서 연구의욕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믿음의 바탕에는 무엇보다 제53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 참가한 선생님들의 뜨거운 열기와 노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과거 교육연구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연구대회 업무에 관여했던 본인에게 뜻하지 않게 올해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심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참가해 연구대회 운영과 심사의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번 대회 출품자는 아니지만 과거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 심사위원의 한 사람으로 느꼈던 연구대회의 운영과 심사과정은 매우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16개 시․도 대회를 거쳐 올라온 452편의 현장연구보고서들은 우선 예비심사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예비심사에서는 연구자의 자격, 해당 분과에서의 적합성, 표절이나 모작 여부, 현장연구로서의 적절성 등을 기준으로 부적합한 연구물을 제외했다. 특히 표절, 모작에 대해서는 해당 출품자에게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결정했다.
다음 단계는 본심사였는데, 본심사는 각 분과별, 출품 보고서 양에 따라 2명~10명 내외의 관련 학계 및 현장 전문가를 위촉했다. 각 심사위원들은 현장 적용성, 연구내용, 연구방법, 연구주제의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자기 분야의 연구물 한 편 한 편을 세밀히 심사했다.
현장연구의 특성상 현장적용성에 보다 초점을 두었다. 분과별로 복수의 심사위원들이 교차 심사를 해 받은 총점을 모두 합해 기준에 따라 1, 2, 3등급의 예비판정을 했으며, 1등급 후보작은 1.2배를 선정하며 각 분과별 최고상 후보작도 함께 추천했다.
다음은 1등급 후보작을 대상으로 발표심사를 했다. 서울교대에서 개최된 발표심사에서는 사전행사로 “현장교육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특강을 했는데 현장연구에 처음 입문하고자 하는 300명 이상의 선생님들이 몰려들어 급히 간이의자를 마련해야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본 발표심사는 분과별로 이루어지며,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과정과 결과를 발표하고 심사위원들이 질문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간혹 플로어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튀어나와 연구자들의 진땀을 빼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단계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서 입상작 등급이 확정됐다. 같은 날, 발표심사에 이어 마지막으로 최고상 심사가 이어졌다.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최종 심사위원들이 각 분과에서 추천된 최고상 후보작을 대상으로 발표와 질의가 이어졌다. 10분 발표, 5분 질의였지만,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을 엄선해야 하므로 질의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상 심사 점수 합계를 통해 마침내 두 작품이 선정되었으나, 이들은 실제로 연구를 실행한 학교를 찾아 확인하는 ‘현장실사’라는 마지막 관문를 통과해야만 한다.
유네스코와 ILO는 1966년 채택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서 “교원은 전문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엄격하고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38조제1항에는 “교육공무원은 그 직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부단히 연구와 수양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교직은 전문직이다. 교원에 의한 현장연구는 교직의 전문직화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왜냐하면 교원에게는 부단한 자기연찬과 수업기술을 향상시키는 것과 함께 교육계 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술기법이나 치료기술을 개발한 의사가 의학계에 이를 널리 알려 공유해야 하듯, 우수한 수업기술이나 교육방법을 잘 다듬어 교육현장에 일반화시키려는 노력은 교원의 사명일 수도 있다.
그러자면 현장연구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학교현장에서 교원들이 좀 더 활발하게 자신의 교육전문성을 자신있게 드러내고 공유해 나가도록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개발과 지원이 절실함을 현장교원의 한사람으로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