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경기 파주 K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문모교사가 가정통신문을 찢고 다른 아이를 건드리는 등 수업에 지장을 주는 학생에게 "말을 듣지 않으려면 책가방을 싸 집으로 가라"고 훈계했다.
이 학생은 결국 쉬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갔고 문교사는 학생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전화를 받은 아이의 아버지는 즉시 학교로 찾아와 수업중인 문교사의 멱살을 잡고 교장실, 서무실 등으로 끌고 다니는 한편 이를 말리는 교감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학생의 아버지는 문교사를 도교육청에 고발했고 문교사도 학교 무단침입, 명예훼손, 수업방해, 폭행 등으로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학생은 사건 하루 뒤 인근 학교로 전학했다. 현재 이 사건은 도교육청과 경찰의 조사가 진행중에 있다.
최근 이같이 교내에서 학생·학부모에 의해 교사가 폭행당하는 사건이 급증,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 97년부터 올 4월까지 발생한 교내 교사폭행 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7년 1건이던 것이 98년에는 8건, 올 들어서는 6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언론보도와 교총에 접수된 사건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학교 자체에서 처리된 사건까지 감안할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폭행사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폭행을 주체별로 보면 97년의 1건은 학생에 의한 폭행이고 98년의 8건은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폭행이 각각 4건이었다. 올해 발생한 6건은 학부모에 의한 폭행이 2건, 나머지는 학생에 의한 폭행이다.
폭행의 정도는 갈수록 흉포화 되고 있다.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의 멱살을 잡거나 뺨을 1∼2대 때리는 정도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넘어 뜨려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학교 기물을 부수며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2월 서울 K고 3학년 조모군은 담임인 맹모교사를 주먹과 발로 심하게 때려 실신까지 시켰으며 지난 4월 대전 Y농고 학생 3명은 담배를 피운다고 꾸짖는 신모교사를 주먹으로 때려 코뼈를 부러트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월 대구 J중에서는 장모교사가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의 얼굴에 스탬프를 찍자 이 학생이 장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장교사는 눈썹밑과 입술 등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교내 교사폭행이 이처럼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지만 폭행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폭행사건의 종결 양태를 보면 우선 학부모에 대해서는 공식사과로 종결 3건, 치료비 배상 2건, 형사 고발 1건 등이다. 또 학생에 대해서는 아무런 징계 없이 훈육차원에서 종결 1건, 전학 4건, 자퇴 1건, 퇴학 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해교사들이 "학생에 대한 교육적 차원과 학생의 장래를 위해 용서하겠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내 교사폭행 증가에 대해 교총 교권과 김항원씨는 "교원을 개혁의 대 상으로 몰고 잇단 교원 경시정책을 발표함으로써 교원의 설자리를 크게 약화시킨데도 그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