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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 이것이 마음을 움직이는 촌지다.’

제57회 교육주간 교육수기 및 디지털 사진 공모전

한국교총이 제 57회 교육주간을 맞아 지난 3월 26일~4월 24일 실시한 ‘교육수기 및 디지털 사진 공모전'에는 수기 80편과 사진 244편이 모였다. 이들 작품 속에는 학교 현장의 가슴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눈에 띄는 수기들과 디지털사진공모 입선작 및 명단을 소개한다.




◆어린이들의 참여로 최고학교 만들기
학년 초 2학년부터 6학년까지, 25개 학급 850여명의 재학생 모두가 교장인 나에게 편지를 쓰게 하고 건의한 내용을 학교 경영에 반영키로 했다. 어린이들이 쓴 편지 내용은 경영자인 교장이나 교감, 교직원들이 발견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았다.
본교의 신관에 6학년 남․여 화장실 사이에 반 투명의 유리로 된 벽이 있는데, ‘서로 보이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아동들의 편지에 건의 사항이 있어 아름다운 색상지로 가려주기도 했다. 학교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로 더욱 신바람 나는 학교 경영을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됐다. 강경원 성남 대하초 교장

◆새벽을 깨우는 선생님과 미래를 밝히는 제자
시골의 작은 중학교에 근무한 10여년 전부터 새벽 신문배달을 시작했다. 캄캄한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하는 일이었기에 넘어지기도 여러 차례였고 코피도 많이 흘렸다. 한 달 동안 130여 가구에 신문을 배달하고 손에 쥐는 수입은 10여만원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돈이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고 특히 소년가장 박성일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았다.
불량 청소년과 어울리며 가출과 결석이 잦았던 성일이를 사람 하나 만들어 보자는 각오로 아버지 역할을 발벗고 나섰다. 수업이 끝나면 집에까지 항상 바라다 주며 자동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등학교 재학 중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세상에 혼자 남아 작은 방에 외롭게 있을 성일이를 생각하여 일주일에 한 두번씩 찾아가고 있다. 고형식 당진 신평중 교사

◆新반성문
6년 전에 만나 연을 끈끈하게 이어가는 녀석이 두 번째로 남긴 반성문. 처음 볼 땐 선명한 핏자국에 그만 놀라 교단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앞서더군요. 그러나 사연은 이렇습니다.
‘우발적인 행동은 아닙니다. 올해 초인가 선생님께 매를 맞으며 다음 반성문은 혈서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지요. 나름대로는 제 타락도의 최하한선을 했던 것인데 결국 기회가 오게 될 줄 몰랐습니다. 지난 이틀간 어떤 글자를 써야 할지 고민했었습니다. 과거의 나를 죽이겠다는 의미에서의 '死', 새로이 거듭나겠다는 의미에서의 '新' 등. 결국 '고칠 改'로군요.’
아이가 원하는 대로 원본은 제자에게 주고 한 부 복사해 놓고 집에서 가끔 쳐다보면 '앗, 뜨겁구나'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승필 광주 정광고 교사

◆가정방문
작년에 딸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오셨다. 모처럼 들어보는 가정방문이라 기대도 되고 걱정도 앞섰다.그러나 가정 통신문 끝머리에 ‘보리차 한잔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라는 글귀가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보리차 한잔의 대화!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이보다 더 값진 것은 없을 듯하다.
요새 우리 반 부모님들과 면담을 위해 가정 방문을 다닌다. 3월 29일 홍천군에 사는 서군의 면담을 하고 가려는데, 어머니께서 불쑥 내미는 검은 봉지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작년 가을에 이 산 저 산 다니시며 주운 도토리 가루였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가끔 이런 촌지를 받을 때는 마음이 더 숙연해 진다. 김윤선 강원중 교사

◆눈물속의 단군이래 최대 퇴임식
나는 40여년의 교직생활 중 가장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정년 퇴임식이다. 전교생이 모인 그날, 그동안 알뜰살뜰 키워온 봉선화를 2000명이 꽃물을 들일 수 있는 분량으로 만들어 어린이회장에게 선물했다. 훌륭한 사람이 될 줄 믿고 미리 부탁한다면서 교단에서 아이들한테 큰 절을 하고 연마한 마술을 10분간 보여 준 다음 퇴임식을 마쳤다.
나는 이날 밤 퇴근하지 않고 교장실에서 지냈다. 내 임기는 8월 31일 밤 12시까지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후 학교 실내․외의 휴지줍기와 청소를 마치자 밤 11시 30분이 되었다.
나는 내 교육 근무연도와 같은 41개의 양초에 불을 붙이고 별 탈 없이 무사하게 퇴임하는 것이 감사하다는 뜻에서 큰절을 41번 했다. 밤 12시 5분전 다시 강당과 운동장 교사 주변을 돌아 교문에 나설 자정 12시 정각이 됐다. 나의 교육공무원 임기는 이제부터 모든 것이 끝났다. 오하영 前청주 교동초 교장

◆마음 속에 포개놓은 선생님의 추억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이 선생님이 장학사를 하고 계실 때였습니다. 예쁜 한복을 입으시고 ‘경수 어머니’라고 찾아 오셨을 때까지도 저는 선생님이 장학사님인 줄 몰랐습니다. 그때 저는 사실 고3 담임이 처음이어서 교직 경력이 많은 선생님이 학부모로 오신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읽으셨는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어머니로서 자식 키우는 어려움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경수가 졸업 한 그해 스승의 날,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 그리고 구두 상품권. 그 이듬해에도 저에게 전화 안부를 직접 주시고 선물을 보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재학 중에는 손수건 하나 주지 않던 분이 졸업한 후 큰 선물을 두 해나 보내주시니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저는 선생님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아! 이것이 마음을 움직이는 촌지다.’
윤재열 안산 초지고 교사

◆SMS를 통한 학급운영
거의 매일 하루에 한번씩은 주간업무계획에 맞추어 학생들과 관계되는 행사와 전달사항을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로 꾸준히 보냈고, 특히 학비지원, 컴퓨터 사인펜 등을 지참해야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저녁 9시, 아침 7시에 학생들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우리 반 모든 학생의 생일날 자정에 생일을 축하해주고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졸업시기가 다가올 즈음에 내가 10년 뒤에 다시 만나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까먹으면 어떻게 하냐고 묻기에 내가 10년 후에 모일 수 있도록 예약문자를 보내겠다고 하니 한바탕 크게 웃는다. 이제는 졸업한 아이들이 선생님 단체문자가 그립다면서 문자를 보내준다. 조명철 인천기계공업고 교사

◆우리 학교에는 존시그룹이 지킴이가 됐어요
작년에 교내에서 욕설을 가장 많이 하는 욕쟁이 그룹을 찾아 존시(존나와 시발)그룹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면서 주1회 아이들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했다. 12월에는 존시그룹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점심시간 복도와 운동장 구석을 한바퀴씩 순회하면서 지나친 욕설을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1차 경고, 2차 적발시 상담과 학교봉사를 하도록 학교지킴이 활동을 해주었으면 했더니 기꺼이 약속해주었다. 이제는 교내 존시그룹이 활동한다는 소문이 조금씩 퍼져 아이들이 욕설을 하다가도 멀리서 존시그룹을 보면 주춤하고 조심하는 학생들이 가끔 보였다. 황영수 김해 건설공업고 교사



◆입선 김지웅 전북 고창초 교사(우리학교 다양한 방과후 활동·사제동행 건강달리기), 이형석 수원 호매실중 교사(우리학교 어머님들의 봉사), 이길윤 밀양 상남중 교사(교장선생님의 과외(?)), 신운섭 김제 초처초 교감(선생님과 함께 점프샷!), 지영수 고양 성사초 교사(작은 외침), 박재철 마산 호계초 교사(그래,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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